코로나19 SPECIAL

“확진자 급증, 사령관이 명령 잘못 내려 작전 실패한 셈”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10 00:27

업데이트 2021.08.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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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호 04면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김우주 고려대 교수 진단

“올해 들어 6개월 동안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400~5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올해에는 감염이 진화된 적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불씨가 남은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로 가면 안된다고 계속 제언했지만 방역 당국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백신 맞기 시작하며 긴장감 풀려
2030세대 잘못 탓하는 건 곤란

국민 70% 아직 접종 안 한 상태
장마·휴가철 시나리오별 대책 필요

델타 변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
이제라도 해외 검역 강화해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역대 가장 높은 4단계로 격상됐다. 이에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잘못된 시그널에서 4차 대유행이 시작된 만큼 지금이라도 방역에 고삐를 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역대 가장 높은 4단계로 격상됐다. 이에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잘못된 시그널에서 4차 대유행이 시작된 만큼 지금이라도 방역에 고삐를 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잘못된 진단과 오락가락 정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증가세가 꺾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과거처럼 드라마틱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밝혔다. 델타 변이가 일주일에 3배로 증가하는 등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신규 환자 수가 하루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유행의 베이스라인(시작점) 자체가 높다는 점 등을 들었다.

백신 덕분에 확산이 줄 것으로 기대한 것이 아닌가.
“지난해 연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하며 ‘5인 이상 금지’로 방역을 이끌어 왔다. 국민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피로감이 누적되고 무감각해질 수 있겠지만, 정부까지 덩달아 무뎌지면 안 됐었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느슨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부터 백신 확보에 집중해왔다. 그러면 백신 접종이 소위 ‘잡음’ 없이 진행됐어야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1차, 2차 접종 속도전을 하다 보니 그 부작용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 한번 이상 접종자가 30%라고 자랑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70%는 백신 한번도 안 맞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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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대다수가 2030세대다.
“2030세대 중심으로 퍼진 것은 맞는데 마치 이들이 잘못 한걸로 탓하면 안 된다. 군대로 치면 사령관이 명령을 잘못 내려서 작전에 실패한 셈이다. 정부가 시그널을 잘못 보낸 것인데 왜 젊은 세대들이 돌아다녀서 4차 유행이 된 것처럼 몰아가나. 정부가 먼저 전면 등교 준비하고, 백신 접종하면 야외 노 마스크 인정해주고, 국민 소비 활동 진작하려고 하지 않았나. 야외활동이 활발한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당연히 긴장감이 풀릴 수밖에 없지 않겠나.”
2030세대 백신 접종 속도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백신 물량이 모자란 상황에서 20~30대 접종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전 연령을 통틀어 신규 접종이 0명 아닌가. 설령 잔여 백신이 있더라도 의료적으로 판단했을 때 젊은 세대보다는 1차 접종한 사람이나 고위험군 중심으로 접종하는 게 맞다. 핵심은 백신 접종은 접종대로 가되, 방역 당국 차원에서 바이러스 방역망 구축에 집중하는 것이 정부로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역대 최대 확진자 발생한 상황에서 역학조사나 의료시설은 제대로 대응할 수 있나.
“백신 접종 시작하면서 보건소와 의료기관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방역도 해야 하고, 환자 치료도 해야 하고, 백신 접종도 해야 하니 의료진 입장에서는 정말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정부에서 자랑하던 ‘K방역’은 사실상 퇴색하고 있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K방역이라는게 확진자 동선을 찾고, 접촉자 찾아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유인하는 것인데, 올 들어 밀접 여부에 상관없이 ‘의심되면 검사받으세요’라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장기적 대응을 위해서라도 접종 전담 보건소, 검사 전담 보건소 등을 나누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의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델타 변이 확산도 심상치 않은데.
“알파, 델타 바이러스 다 합쳐서 이미 50%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이 여전히 우세종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게 개인적으로 답답하다.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자꾸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 변이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것보다는 해외에서 유입돼 전파되는 경우가 절대다수다. 이제라도 해외 검역을 집중 강화하는 방향으로 델타 변이를 차단해야 한다.”
그나마 고위험군 확진자의 사망률이 낮아 다행이란 분위기도 있다.
“사망자 발생이 적다는 뜻이지 아예 없는 게 아니다. 사망률이 1%라고 할 때 100명 중 1명 발생하는 것과 1000명 중에 10명인 것과는 다르지 않나. 지금같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망률을 따질 때는 아니다. 낮은 사망률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할 때가 아니라 국민의 경각심이 풀리지 않게 계속해서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
새로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사실상 기존 2단계보다 방역 기준이 느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거리두기 지침을 수정한다는 건 사실상 정부의 오판을 인정하는 셈이라 ‘공식’ 재검토를 하진 않을 것이다. 아마도 지난해처럼 예외 사항, 변칙 적용을 할 가능성이 크다. 2.5단계처럼 이른바 ‘쩜오 방식’ 같은 지침 말이다. 새로운 거리두기 지침 발표한 지 얼마나 됐다고 원스트라이크 아웃, 백신 접종자 야외 노 마스크 전면 보류 식으로 추가하지 않았나.”
본격 휴가철까지 겹쳐 당분간 확산세가 누그러질 것 같지 않다.
“이미 지난해 여름에 2차 대유행을 경험해보지 않았나. 지난해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올여름 바이러스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외부 활동이 적은 장마철 때, 휴가철 때, 백신 접종이 다시 활발할 때 등 시나리오별 분석 통해 대응책을 꾸려야 한다. ‘환기 잘해라, 만남 자제하라’ 등 지난 1년 동안 강조해온 1차원적 방역 방식으로는 매일 증가하는 확진자 수를 떨어뜨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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