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침묵 아닌 사과를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1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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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호 31면

황정일 경제산업에디터

황정일 경제산업에디터

집값이 또다시 뛰어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상반기에만 전국 아파트값은 9.97% 상승했다. 6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상승률(9.65%)을 추월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12.97% 뛰었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12.51%)은 물론 상반기 기준으론 2002년(16.48%)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집값·전세값 폭등에 국민 우울
심리전도 집값 잡기는 힘들어

하반기에도 ‘불장’이 이어질 것 같다. 주택 매매가격전망지수는 이달 117.4를 기록, 100을 훌쩍 넘었다. 일선 부동산중개업소가 예상하는 3개월 후 시장 흐름 조사인데, 100을 넘을수록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한국부동산원 등 다른 기관의 지수도 ‘하반기에도 집값이 오른다’를 가리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2·4 대책 이후 한동안 조용하던 정부도 다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심리전(心理戰)이다. “버블이 끝없이 팽창할 수 없다”(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집 사는 걸)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바란다”(홍남기 경제부총리)고 운을 떼더니 “금리 인상으로 대내외 충격을 받으면 대폭 하락할 수 있다”(한국은행),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 장관은 3기 신도시 예상 분양가도 공개했다. 주변 시세보다 30~40% 싸게 분양할 테니 굳이 지금 비싸게 사는 ‘바보’가 되지 말라는 메시지다. 지난 4년 간 두 달에 한 번꼴로 주택시장을 타격했는데도 집값을 잡지 못했으니, 전략을 바꾸는 것도 괜찮은 방법처럼 보인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최고라고 하지 않나. 더구나 ‘부동산은 심리’라고 한다. 주택시장엔 경제적 요인과 함께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동한다는 얘기다. 주택시장의 키워드가 된 ‘패닉바잉’(공포매수)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같은 신조어도 알고 보면 심리적 요인에 기반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의 심리전은 꽤나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내놓은 25번의 대책처럼 심리전 또한 집값 상승세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금리 인상만 해도, 근래의 움직임을 보면 집값 하락과의 뚜렷한 인과 관계를 찾기 어렵다. 3기 신도시는 사전예약 물량을 제외하면 입주 시기는 물론 분양 시기도 유동적이다. 게다가 패닉바잉과 같은 주택 매수 심리를 잠재울 만큼 물량이 충분하지도, 입지 등 품질이 뛰어나지도 않다.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솔직히, 모르면 바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심리전뿐이다. 세금은 이미 한계치고, 대출은 조일 만큼 조였다. 자칭 ‘역대급’인 주택 공급 계획도 내놨다. 무엇보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부동산 정책의 주도권을 더불어민주당에 빼앗긴 모양새다. 오죽하면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대출을 더 받게 해주겠다고 나섰을까. 더는 쓸 카드가 없을 뿐더러 있다고 해도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닌 셈이다.

심리전에서 참패하고 나면, 짐작컨대 문 정부의 마지막 카드는 ‘침묵’이 될 것 같다. 언제 그랬냐는 듯 소득주도성장 얘기가 쑥 들어간 것처럼 남은 임기 10개월 간 부동산의 ‘부’자나, 주택의 ‘주’자는 꺼내지도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침묵할 땐 침묵하더라도 제대로 된 사과 정도는 해야 한다. 여당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던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집값·전셋값·세금 폭등으로 전 국민이 ‘부동산 블루(우울증)’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은 대통령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자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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