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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 의료인 74%가 간호사, 인력 부족 개선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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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호 23면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

신경림 회장이 지난 6일 쌍림동에 위치한 대한간호협회회관에서 간호사의 열악한 처우 등 간호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신경림 회장이 지난 6일 쌍림동에 위치한 대한간호협회회관에서 간호사의 열악한 처우 등 간호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1년 반 동안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간호사들이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육체적인 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로도 계속 쌓이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4차 팬데믹과 지난해 못지않은 무더위 속에서 힘든 여름을 날 수밖에 없습니다.”

간호사 수 OECD 절반에도 못 미쳐 #업무 많아 바이러스에 장시간 노출 #육체·정신적 피로로 스트레스 극심 #힘들어 이직 증가, 인력 부족 악순환 #간호법 제정해 근무환경 개선 시급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지 10일로 538일째다. 그는 “국회에서 발의한 간호법을 조속히 제정해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피해가 늘고 있다는데.
“지난해 227명의 간호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올들어서도 6개월간 188명이 추가 감염됐다. 현재까지 감염된 의료인 565명 중 간호사가 415명으로 73.5%를 차지한다. 외국의 간호사 감염률이 50% 정도인 것과 비교해보면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간호뿐 아니라 청소, 배식, 환자 개인이 필요한 택배 업무 등 한 명의 간호사에게 주어진 업무가 너무 많다. 결국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또한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한 높은 업무 강도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면역력이 평소보다 떨어져 쉽게 감염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병원 못지않게 힘든 곳이 보건소다. 보건소 간호사들은 면허가 있다는 이유로 선별 검사와 역학조사, 그리고 예방 접종까지 여러 업무를 도맡게 돼 시간 외 근무가 너무 많다. 몸이 파김치가 될 수밖에 없다. 보건소 간호직 간호사의 특수업무 수당은 한 달에 5만 원으로 사회복지공무원의 절반 수준이다. 그나마 보건직 간호사에게는 이조차 지급되지 않고 있다. 보건소는 지역사회 환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1차 건강 지킴 문지기이다.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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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료법이 처음 제정된 1951년 1700명이던 간호사가 지금은 46만명으로 늘었다. 그런데도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3.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2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원이 없어 근로 환경이 악화되니 많은 신규 간호사들이 떠나간다. 신규 간호사 이직률은 1년 내 45%, 간호사 평균 근무 연수는 7년 8개월에 불과하다. ‘인력 부족→근로 환경 악화→이직률 증가→인력 부족’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번 코로나 상황에도 감염환자를 간호할 수 있는 10년 이상 경력의 중환자실 간호사가 매우 부족했다. 다행히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론과 실습 과정으로 4~8주 코스를 만들어 중환자 전담 간호사를 620명 양성했다. 하지만 중장기 감염병 대책으로 중환자 전담 간호사를 안정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
간호협회의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 국회에서 공청회를 앞둔 간호법을 제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현행 의료법은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의료인 관련 법규들을 통합한 1944년의 조선의료령에 기초한다. 해방된 지 76년이 지나도록 지금껏 ‘전쟁 동원용’으로 만든 식민지 시대의 법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90개가 넘는 나라도 간호사에 관한 별도의 법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제 간호사들의 활동 무대는 의료기관만 아니라 학교와 어린이집, 요양 시설, 장애인·노인복지시설, 산업체, 교정기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5년에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치매 노인은 100만 명, 암 환자는 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숙련된 간호 인력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간호사의 역할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간호법이 꼭 제정되길 바란다.”
요양보호사 등이 간호법 제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경우도 있다.
“간호법은 간호사법이 아니다. 특정 직군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법과 제도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간병인도 모두 간호 인력이다. 이들 전체의 직업 만족도와 삶의 질을 함께 높여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간호법이다. 이를 통해 간호환경이 개선되면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행복이 증진될 것이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환자에 대한 안전이 확보되고 돌봄 서비스가 개선되면 치료에 드는 비용이 줄어 결과적으로 전체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간호법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게 되기를 기대하나.
“지금 간호사에게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이나 과로보다 더 암담한 것은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는 제도나 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간호 인력을 말로만 ‘코로나19 영웅’이라고 치켜세우지 말고 간호법 제정을 통해 전문성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간호정책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시도별로 간호사 정신 건강을 위한 상담창구 개설, 3교대 간호사들을 위한 육아 프로그램 제정, 위험수당 지급 등의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간호사 처우 개선은 결국 시민 건강 증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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