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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사회가 차기 CEO 뽑고 재선임 결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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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호 15면

실전 공시의 세계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실적이나 중장기 전략 등 중요한 경영 사안을 설명하기 위해 IR(Investor Relations) 행사를 합니다. 이 때 현장에서 공개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립니다. 참석 임원들의 발언 내용 가운데서도 중요한 내용이 있었다면 축약해 공시하기도 합니다.

총수가 경영진 인사 개입 안 해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지 주목

IR 현장 참석자들은 대개 증권사 애널리스트이거나 언론 매체 기자들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현장에 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이들은 매체 보도나 증권사 리포트 등을 통해 IR의 핵심 내용을 접합니다.

필자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기사나 리포트를 참고하되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IR과 관련한 공시내용이나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한번쯤은 직접 찾아 읽어볼 것을 권유합니다. 기사나 리포트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투자 판단에 유용한 내용들을 간혹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이 ‘스토리데이’라고 이름붙인 IR 행사를 열었습니다. 중장기 전략방향 및 투자계획을 밝히는 자리였습니다. 매체와 증권사는 이 회사가 밝힌 배터리사업 부문 분사 및 투자계획, 수주잔고, 실적전망 그리고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분석했습니다. 배터리 사업을 분사한 뒤 국내외 증권시장에 상장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발표는 빅뉴스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회사는 ‘장래사업 및 경영계획’이라는 제목으로 핵심 내용을 추려 공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공시를 보면 사업계획 파트 말고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또 하나의 파트가 기재돼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부분은 사업 보도에 묻혀 기사나 리포트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바로 ‘이사회 권한 강화를 통한 선진 지배구조 구축’ 계획을 밝힌 부분입니다. 제목만 봐서는 이사회 내에 이런저런 위원회를 만들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추측하기 십상입니다. 실제 내용은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한 부분만 보겠습니다.

‘이사회 내의 기존 인사위원회를 인사평가보상위원회로 명칭변경하고 권한을 강화한다. 이사회가 CEO 평가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도 확정한다. 보상 기준과 수준을 결정한다. 또한 CEO 재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차기 CEO 후보군을 선발하고 육성해 최종 선발하는 프로세스 전반의 의사결정을 이사회가 한다.’

이사회가 만든 CEO 평가정책에 따라 평가를 확정하고, 보상을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CEO 평가권이 이사회에 부여된 것입니다. 이 정도만 해도 우리나라 일반 대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 조치라고 할 만 합니다. 그 다음은 더 놀랍습니다.

CEO 재선임 결정권을 각 계열사 이사회가 갖습니다. 또한 차기 CEO 최종 결정도 이사회의 권한으로 넘긴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재벌기업에서 CEO 선임과 연임은 총수의 의중에 달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SK그룹은 여느 그룹처럼 총수가 경영진 인사를 좌지우지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CEO들은 실질 권한을 가진 이사회를 중심으로 독립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향한 화룡점정급 조치라고 평가받을 만합니다. SK그룹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이 제도를 운용할지, 또 이 제도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여할 지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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