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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네이버 개발자 사망 사건에 ‘국민연금’이 왜 나와

중앙일보

입력

네이버노조는 9일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개발자 사망사건 추모문화제 '네이버리부트'를 개최하고,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의 해임을 촉구했다.

네이버노조는 9일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개발자 사망사건 추모문화제 '네이버리부트'를 개최하고,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의 해임을 촉구했다.

네이버 노조가 "국민연금공단에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해임안 상정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직장내 괴롭힘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개발자 사망사건에 최대주주가 경영진의 책임을 무겁게 따져 달라는 취지다.

무슨 일이야?

네이버 노조는 9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회사에서 '개발자 사망사건 추모 문화제, 네이버 리부트(REBOOT)'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노조는 "네이버의 현재 가장 큰 리스크는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라며 "도덕성이 엄중히 요구되는 금융 분야 대표를 맡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네이버 직원과 IT업계 등에서 600여 명이 참여했다.

· 지달 25일 네이버 이사회(리스크관리위원회)는 "일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와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에 대한 리더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네이버 소속 40대 개발자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지 한 달 만이었다.
· 최 대표는 즉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네이버에서 맡은 직책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해피빈재단 대표 등 계열사 임원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노조는 최 대표가 가해자를 재입사시키고 문제를 방치한 책임이 큰데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최측근이라 징계가 미흡했다고 본다. 가해자를 해임했듯, 최 대표도 네이버파이낸셜을 비롯한 계열사 임원직에서도 모두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이 왜 나와?

· 네이버의 최대 주주는 지분 10.3%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이해진 GIO의 개인 지분은 3.73%에 그친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도 글로벌자산운용사 블랙록(5.04%)뿐이다.
· 노조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행사해주길 바라고 있다. 국민연금이 나서서 최 대표의 책임을 묻고 그의 해임안을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해달라는 것이다. 노조가 최 대표 해임을 촉구하는 직원 서명을 받은 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 임시 주총 소집을 요청하겠단 계획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뭐길래?

·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수탁자(국민연금의 경우엔 국민)의 자산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투자한 기업의 지배구조나 의사결정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지침이다.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834조원 규모)도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9년 3월 대한한공 주총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당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11.56%)의 반대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주주 반대로 총수의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0년에도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연임, SK텔레콤 조대식 기타 비상무이사 추천 등 10건 이상의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해임 가능할까

·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위원 9명)가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한다. 네이버 이사회가 이미 징계를 마친 건에 대해 국민연금 수탁자 전문위가 노조 요청을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특히,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로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있다. 정부 산하 기관장이 다수인 전문위 특성상 정권의 입김이 세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국민연금이 네이버 노조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다른 주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네이버 주주들은 기업가치 제고에 최 대표 해임이 도움될 지를 두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최 대표는 창업 멤버로 그간 네이버 성장에 기여한 데다, 그가 맡은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주력하는 신사업이다. 주주들은 그의 경영 능력을 인정해 해임을 반대할 수 있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다. 2018년 3월 국민연금은 SK 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했지만, 최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총수의 이사회 참여가 기업의 성장에 도움될 거라 보는 주주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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