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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찾는 野잠룡들…최재형 부친 유언장엔 "한국 해군 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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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빈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빈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8일 별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대령의 빈소에는 이틀째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특히 야권 대선 주자들이 9일 잇달아 빈소를 찾아 잠재적 경쟁자인 최 전 원장에게 위로를 건넸다.

오후 3시 40분쯤 빈소에 도착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 전 원장 부친은 6·25 때 나라를 위해 온몸을 바친 해군 대선배”라며 “최 전 원장도 원칙 있고 소신 있는 공직 수행으로 국민께 존경을 받는 분이라 당연히 와야 할 자리”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해군 군의관(예비역 대위) 출신이다. 그는 최 전 원장의 정치 참여에 대해선 “오늘 그런 말을 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원희룡 “정권교체 원팀” 유승민 “야권 전체에 바람직”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빈소 조문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빈소 조문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비슷한 시각 조문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현직 감사위원장이 정권 교체를 위해서 사퇴하고 정치에 참여하는 현실이 비정상적이고, 그만큼 정권교체가 절박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최 전 원장을 “정권교체 원팀”이라고 칭하며 “강직하고 존경받는 분의 정치 참여를 크게 환영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친형 유승정 변호사와 함께 조문왔다. 유 전 의원은 “최 전 원장은 인품이 훌륭하고 신망이 두터운 분으로 알고 있다”며 “야권 전체 입장에선 한 분이라도 더 훌륭한 분들이 대선에 도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최 전 원장과 별다른 친분이 없지만, 형 유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교수를 함께 지내는 등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조문 뒤 “최 전 원장이 정치적 욕심 때문에 감사원장직을 사퇴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김종인 전 국민의힘 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도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6·25 전사자 유해 송환식때 고인을 뵀는데 나라에 참 충성스러운 군인”이라며 “최 전 원장은 처음 봤고, (향후 만남은)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부석종 해군참모총장도 빈소를 들러 고인을 추모했다.

“대한민국 밝혀라” 유언 비화 전한 최재형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 별세하기 전 남긴 유언장. 유족 측 제공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 별세하기 전 남긴 유언장. 유족 측 제공

최 전 원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대한민국을 밝혀라”는 최 대령 유언장의 비화를 전했다. 그는 “몹시 아프기 바로 전날 밤, 아버지가 간병인에게 종이를 달라고 해서 쓴 것”이라며 “위독하다고 해서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아버님이 산소호흡기를 끼고 계셨고, (유언장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유언장에 따르면 최 대령은 “대한민국을 밝혀라! 재신(큰아들)의 지도 하에 인화(人和: 화합한다는 의미)로 뭉쳐라! 기행복‘(祈幸福: 행복을 기원한다는 의미)이라고 당부했다. 유언장의 마지막 줄에는 ’대한민국 해군 만세‘라고 적었다.

최 전 원장은 2017년 12월 감사원장에 임명되기 하루 전날 부친이 써준 ‘단기출진(單騎出陣), 불면고전(不免苦戰), 천우신조(天佑神助), 탕정구국(蕩定救國)’이라는 글귀도 언급했다. ‘홀로 진지를 박차고 나가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럴 때 하늘에 도움을 구하면 나라를 안정시키고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을 잘하라는 의미였는데 지금에 와선 제 처지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며 “(정치 참여가)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상황인데, 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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