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만 때리더니…박용진 "난 저격수 아닌 이재명 지킴이"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17:22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여론조사가 시작된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대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여론조사가 시작된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대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컷오프(예비경선)를 위한 여론조사가 9일 시작된 가운데, 예비경선 기간 이재명 경기지사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박용진 의원에 대해 당 안팎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4번의 TV토론에서 한 차례도 빠짐없이 이 지사를 향해 각을 세워 ‘이재명 저격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3일 첫 번째 TV토론에서 이 지사가 “기본소득이 1호 공약이 아니다”라고 한 것을 두고 “말을 바꾸면 표리부동한 정치인”이라고 비판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토론회에서도 그는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말 바꾸는 카멜레온 정치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흉볼 것 없다”(5일), “김빠진 사이다 같다”(6일)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8일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는 이 지사의 ‘기본주택’ 공약 관련해 “(시범사업을) 어디에서 하고 계시느냐”, “정책이 잘못되면 생각을 바꿔야지 말을 바꾸면 안 된다”라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에 이 지사는 관련 서류를 박 의원에게 건네는 듯한 손동작과 함께 “여기 있습니다“라고 거듭 말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로 인해 생긴 ‘이재명 저격수’란 이미지에 대해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한 것은) 2017년에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했던 것의 반의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본 경선에서 공격당할 지점은 충분히 미리 예방 조치하는 게 맞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재명 저격수’가 아니라 ‘이재명 지킴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용진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TV조선, 채널A 공동 주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부터 후보자를 6명으로 좁히는 컷오프(예비경선)을 시작해 11일 6명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용진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TV조선, 채널A 공동 주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부터 후보자를 6명으로 좁히는 컷오프(예비경선)을 시작해 11일 6명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임현동 기자

이런 박 의원의 공세적 토론 전략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호평을 내놨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제가 인정하는 진짜 (토론) 고수”라며 “(민주당 경선) 판이 흔들린다면 이낙연 대표 때문이 아니라 박 의원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의 호평과 달리, 당내에선 “아군이 할 소리냐”, “선을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지사 캠프에서 전략을 담당하는 민형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보수 카르텔이 진보 인사들의 도덕성을 흠집 내는 수법이 ‘메신저 공격’ 방식이다. 박 의원이 토론에서 써먹은 수법이 이게 아닌가 의심한다”며 “아무리 치열한 경쟁이라도 같은 당 동지들끼리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직격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도 박 의원에 대해 “1등을 때려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전략을 썼는데, 너무 욕심을 부린 탓에 어휘 선택 등 수위 조절이 안 된 느낌”이라며 “눈에 띄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판을 흔드는 것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박 의원은 당 지지층에서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오마이뉴스 의뢰, 7~8일 조사)에서 박 의원은 5%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민주당 지지층으로 좁힌 조사 결과에선 2.1%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예비후보 컷오프 여론조사가 ‘민주당 지지’ 혹은 ‘지지 정당 없음’을 택하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박 의원으로선 컷오프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의원 역시 이날 ‘컷오프 통과를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누가 그걸 확신할 수 있겠느냐. 정말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지층 지지율이 낮다는 것은, 발상을 전환하면 오히려 ‘당 안보다 밖에서 2배 받네’, ‘중도 확장성이 높네’라고 볼 수 있다. 이른바 허무한 ‘안방 대세론’은 깨지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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