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코백스(COVAX)의 지원을 거부한 채 안전성이 검증된 다른 백신 지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북한 정세 브리핑’을 주제로 연 간담회에서 “북한은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추진 중이나 현재 확보한 것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간담회서 밝혀
백신 공동구매 및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는 지난 3월 북한에 백신 약 199만 회분을 배정하고 이 중 약 170만 회분을 지난 5월까지 전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AZ 등 특정 백신을 거부하는 탓에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백신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전략연의 설명이다. 북한은 2019년 한국 정부가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20만명분을 지원하려고 했을 때도 환각 증세 등 부작용을 우려해 이를 거부했다.
북한은 AZ와 마찬가지로 중국산 백신인 시노팜·시노백 지원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라고 한다. 이와 관련 전략연은 “중국산 백신에 대해서는 불신을 갖고 있고, 러시아 백신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무상 지원을 요구하는 것 같다”면서 “형편이 안 좋으니까 싼 것 맞겠다고 하지 않고 다른 백신 등 좀 더 나은 것을 수입하려고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3월 말부터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과 공관 직원 등에 대해 백신 접종을 허용하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여전히 북한 내 백신 도입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전략연은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대로라면 북한은 부작용 우려로 화이자·모더나 등 일부 종류의 백신만 지원받길 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모더나 등의 코로나19 백신은 저온 유통시설인 ‘콜드 체인’이 갖춰져야 하는 만큼 백신을 지원받는다 해도 북한 입장에선 제대로 된 유통·보관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전략연은 “(북한이 모더나 등의 백신을 지원받으려면) 냉동·냉장 장비까지 포함해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며, 설사 장비를 들여와도 북한의 전력 상황이 불안해 대도시가 아니면 시설 운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략연은 “코백스를 통한 (백신) 지원만으로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물량을 확보할 수 없다”며 “백신 공여를 남북 협력 카드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한-오스트리아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 역할을 할 경우 북한도 당연히 협력 대상이 된다”며 “북한이 동의한다면 백신 공급을 협력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