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갈 바지사장 구해놔야 겠다…법이 분명해야 지키지"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16:41

업데이트 2021.07.09 19:16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 현장에 혼란과 부작용만 초래할 것”(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 옥죄기 수단이 될 것 같다”(자동차업계 관계자)  

정부가 9일 공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경제단체와 각 기업들이 우려를 쏟아내며 반발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모호하게 돼 있는 재해의 책임과 면책 조건 등을 시행령에서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법을 지켜야 할 산업현장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는 기업의 의견을 모아 시행령이 시행되는 내년 1월 전에 내용을 고쳐달라는 건의안을 정부에 내기로 했다.

경영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반발

경총, "시행령도 재해 책임자·의무 등 모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경제계는 그동안 법안에 있는 경영책임자 정의와 의무 등을 시행령에서 구체화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며 "하지만 시행령 역시 내용이 불분명하고 포괄적이어서 의무 준수 범위나 처벌 면제 조건 등을 전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총은 시행령 내용 중 6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경영책임자가 선량한 관리자로 의무를 다했음에도 개인의 부주의 등 다른 원인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에 대한 면책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점 ^유죄 확정 여부와 관계없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만으로 경영책임자가 무조건 20시간 이내 안전보건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 ^입법예고 기간 등 법안처리 시간을 감안할 때 법이 시행되는 내년 1월 27일까지 시행령에 규정한 경영책임자 의무를 모두 최초로 이행하는 데 준비시간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다. 경총은 이날 정부에 제출할 시행령 개정을 위한 경제계 공동건의서 작성에 들어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중단을 위한 경제단체 입장 발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중단을 위한 경제단체 입장 발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의, "노사정 모여 실효적 방안 마련"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시행령이 미흡하다는 입장을 냈다. 박재근 산업조사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자체가 재해의 근원적 예방보다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시행령으로 이를 보완하는 데 애초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데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제라도 노사정이 함께 실효적 방안 마련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시행령 내용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경영책임자 등이 이행해야 할 의무 범위가 적정한 예산, 충실한 업무 등으로 모호한데다, 안전보건 관계법령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는 등 불명확한 점이 많다”며 “법을 준수하는데 기업들의 많은 애로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 중대산업재해의 적용범위와 관련해 “중증도와 치료기간의 제한이 없어 경미한 부상도 중대재해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며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기업인들에 대한 과잉처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견·중기 "현실에 맞게 좀 고쳐달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시행령에 처벌 대상으로 구체화된 질병의 경우에도 여전히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인과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제정 취지를 정당화하고 시행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진짜 현실’에 밀착한 개선, 보완 노력을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정부의 시행령 안에는 의무 이행시 면책근거 마련 등 중소기업계의 요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계속되는 코로나 충격에 더하여 과도한 최저임금, 공휴일 확대 등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안전보건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도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 현장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한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애초에 대표를 처벌할 수 있게 해 놓아서 안전 문제를 전담하는, 감옥 갈 바지 대표를 세워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의견 수렴을 제대로 안한 건지 시행령이 거의 그대로”라고 꼬집었다. 그는 “처벌 기준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에 정권 입맛에 맞는 기업에게 더 가혹할 수 있고, 기업은 정부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 군기 잡기 내지는 옥죄기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 아파트 공사장. [사진=중앙포토]

한 아파트 공사장. [사진=중앙포토]

또 다른 조선사 관계자는 “관계법령 정의나 범위가 모호하고 사업장 판단에 맡겨놓았는데, 어떤 의무까지 이행해야하는 지가 없다”며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럴 거면 왜 중대재해법이 굳이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재계관계자는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업무에 대해 모두 지시하고 결재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며 “실질적인 총괄 책임을 가진 자를 경영책임자로 보고 안전보건업무를 총괄·관리토록 하는 게 책임과 권한에 대해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모비온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