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아베의 오만이 심판받았다…'무관중' 코로나 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13:30

업데이트 2021.07.09 13:53

"인류가 코로나에 이긴 증거로서의 올림픽을 개최하겠다."

지난해 3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올림픽을 1년 연기하며 이런 말을 했다. 1년 후에는 백신과 치료약 개발 등에 힘입어 안전한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 거란 전망이었다.

도쿄, 수도권 경기 '전면 무관중' 결정
"아베의 근거없는 낙관 현 상황 불렀다"
기대했던 올림픽 특수 완전히 사라져

9일 일본 도쿄의 성화 봉송 행사장 앞에서 도쿄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이 '올림픽을 취소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의 성화 봉송 행사장 앞에서 도쿄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이 '올림픽을 취소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8일 최종적으로 '무관중 올림픽'이 결정되면서 이 말은 근거가 희박한 낙관론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내에서는 오히려 "인류가 올림픽에 이기지 못한 증거로서의 올림픽을 치르게 됐다"는 자조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80%는 무관중, 후쿠시마 등에선 유관중  

일본 정부와 도쿄(東京)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8일 밤 5자 회의를 열어 올림픽 개·폐막식을 포함해 도쿄와 수도권에서 열리는 경기에는 관중을 들이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사태가 재발령된 도쿄와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이하 중점조치)가 적용 중인 가나가와(神奈川)·사이타마(埼玉)·지바(千葉)현에서의 경기는 모두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이 네 개 도시에서 열리는 경기는 도쿄올림픽 전체 경기의 약 80%에 달한다.

8일 밤 열린 도쿄올림픽 5자 회의에 참석한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조직위 회장(왼쪽)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화면 속). [EPA=연합뉴스]

8일 밤 열린 도쿄올림픽 5자 회의에 참석한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조직위 회장(왼쪽)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화면 속). [EPA=연합뉴스]

단, 긴급사태나 중점조치 대상 지역이 아닌 미야기(宮城)·후쿠시마(福島)·시즈오카(靜岡) 3현은 경기장 정원의 50% 범위에서 최대 1만명까지 수용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 외 이바라키(茨城)현은 주간 학생 단체 관람만 허용하고, 야간 경기는 무관중으로 연다. 홋카이도(北海道)현은 관중 수용 방침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올림픽, '최악의 시나리오'로  

9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직전까지 관객을 소수라도 수용하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도쿄에 11일까지 적용돼있는 중점조치를 그대로 연장해 '최대 5000명까지' 관중을 받는 방안이 유력했다.

하지만 6일 도쿄에서만 100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면서 급하게 긴급사태 발령이 결정됐고, 결국 '무관중' 쪽으로 내몰리게 됐다. 아베의 뒤를 이어 "인류가 바이러스에 이긴 증거로서의 올림픽"을 여러 차례 공언해 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겐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무관중으로 올림픽을 치른다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힐 것이냐다. 6월 말 교토(京都)대 연구팀이 발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 동안 사람의 이동이 5% 늘어난다고 가정할 때 도쿄의 하루 감염자 수는 7월 중 1000명을 넘어 8월엔 2000명까지 증가한다. 델타 변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가정한 시나리오다.

도쿄신문은 9일 "비상사태 선언 하에서의 올림픽은 오히려 인류가 코로나에 이기지 못했다는 증거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의료기관의 한 의사는 신문에 "스가 총리는 올림픽을 열었는데도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으면 '코로나에 이겼다'고 말할 것인가. 긴급사태 선언 하에서 굳이 올림픽을 여는 의미를 도저히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림픽 특수' 물거품  

수도권 경기장 무관중 결정으로 일본 정부가 올림픽에 기대했던 경제특수는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이미 올림픽을 1년 연기하면서 든 1조 6400억엔(약 17조원)의 손실에 더해 약 900억엔(약 9400억원)으로 추정됐던 입장권 수입까지 '제로'가 됐다.

당초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치러져 해외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몰려든다는 가정하에 예상된 올림픽 수익은 도쿄도에서만 20조엔(약 210조원), 전국적으로 32조엔(약 335조원)에 달했다.

지난달 23일 저녁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인근의 올림팍 조형물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저녁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인근의 올림팍 조형물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부수적인 피해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관중을 받을 것이란 예상에 근거해 상품을 이미 판매한 호텔이나 항공사 등에선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취소라니"하는 비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무관중 올림픽은 스가 총리의 향후 정치행보에도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은 9일 "여름까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해 안전·안심 올림픽을 실현한 후 가을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스가 총리의 방정식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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