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풀러 도쿄 가려는 文···"빈손으로 돌아오면 역풍"우려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12:30

업데이트 2021.07.09 14:34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를 놓고 청와대의 고민이 크다.
 도쿄올림픽을 한ㆍ일 관계 복원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와 자칫 굴욕적 대일 외교로 비쳐질 수 있다는 ‘현실’이 충돌하면서다.

문재인 대통령(左), 스가 요시히데 총리(右)

문재인 대통령(左), 스가 요시히데 총리(右)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올림픽 참석 여부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정상회담의 성사와 그에 따른 성과가 예견될 경우 방일을 검토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말은 “정상회담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23일부터 1박2일의 방일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는 한 언론의 보도를 부인하는 답변이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방일에는 고려 사항이 많고, 마지막까지 열린자세로 임할 것”이라며 방일 가능성을 열어놨다.

청와대는 그동안 “과거사 등을 ‘원샷’으로 해결하는 전향적 정상회담”을 문 대통령의 방일 조건으로 제시해왔다. 그리고 지난 7일에는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기왕 가는데 한ㆍ일 정상회담이 열렸으면 좋겠다. ‘갈등이 풀리는 성과도 있으면 좋겠다’는 게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올림픽을 보름여 앞두고 시간에 쫓긴 청와대가 방일과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숨김없이 드러내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8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다면 외교적으로 정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이 조건으로 제시한 정상회담에 대해선 “한국측 참석자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일단 방일을 먼저 결정한다면 '정중한 대응'차원에서 정상회담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문 대통령을 초청한다는 뜻을 밝히지도 않았고, 당연히 실무 차원의 일정 조율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큰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외교가에선 일본의 뻣뻣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한ㆍ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절박함이 강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경색된 한ㆍ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핵심 현안들을 풀 동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한국 정부로서는 임기를 얼마 남겨놓고 있지 않은 문 대통령이 올림픽을 계기로 한ㆍ일 정상회담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는 한ㆍ미ㆍ일 동맹을 기초로 대중(對中), 대북(對北) 전략을 펼치려는 미국의 요구와 관련이 있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남북 관계의 개선이다. 그런데 미국은 한반도 전략의 전제로 사실상 한ㆍ일 관계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한국이 의미있는 회담을 방일의 조건으로 제시해왔던 상황에서 아무런 확답없이 방일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 성과없이 빈 손으로 돌아오는 모양새가 될 경우 한국에서 "굴욕적"이란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동안 협의 자체를 피해오던 스가 총리가 ‘정중하게 대응하겠다’며 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일본도 협의의 여지를 열어둔 의미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야권의 한 인사는 “그동안 ‘죽창가’ 등을 내세워 반일 감정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왔던 문재인 정부가 정권 말이 돼서야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일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칫 의미 없는 정상회담으로 성과 없이 체면만 구길 수도 있다"고 했다.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3세션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3세션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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