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의 '더 모닝'] 백신 후순위 2030에게 미안한 게 먼저 아닌가요?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08:07

업데이트 2021.07.09 09:06

 8일 퇴근 시간대의 서울 신도림역. 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객의 대다수가 2030세대다. 연합뉴스

8일 퇴근 시간대의 서울 신도림역. 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객의 대다수가 2030세대다.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오늘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사태에 등장한 '청년 탓'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지금의 팬데믹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신종 바이러스가 인류를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생생히 묘사한 영화 ‘컨테이젼’(2011)에는 백신 접종자를 추첨으로 뽑는 장면이 나옵니다. 백신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고 목숨 잃는 사람은 속출해 그 누구에게도 양보를 바랄 수 없는 상황. 365개의 공을 기계에 넣고 하나씩 나오게 합니다. 첫 공에 적힌 표시는 ‘3/10’. 3월 10일이 생일인 사람들이 접종 대상이 됩니다. 남녀노소, 직업, 지위는 상관이 없습니다. 계속 공을 뽑아 전 국민의 순번을 정합니다.

우리는 의료인 등 감염 위험이 큰 사람들을 최우선 순위에 뒀고 그다음은 연령대를 기준으로 위에서부터 내려가고 있습니다. 만약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매우 높아 영화 '컨테이젼'의 상황처럼 장년층과 청년층도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혔다면 이런 장유유서(長幼有序) 방식은 성립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한국의 20대 이하는 백신에서 가장 소외된 세대입니다. 30, 40, 50대는 잔여 백신이라도 맞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30대 남성 중 100만은 미국이 군인에게 맞히라고 준 백신을 맞았습니다. 하필 우리 정부가 처음에 구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젊은이들에게 혈전증을 유발할 위험이 커 20대 이하는 잔여 백신 접종에서도 제외됐습니다.

정부가 무능해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했고, 백신이 모자라다 보니 고위험군인 고령자부터 접종하게 됐고, 부작용 적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아니어서 잔여 백신조차 청년들에겐 차례가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2030세대, 올 가을 안에 백신 맞을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다행인 것은 청년층이 이런 현실을 이해하고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이럴 때 써야 하는 말입니다.

군훈련소에서 집단 발병이 생겼습니다. 몇몇은 바이러스를 지니고 입대했겠지만, 대다수는 그 안에서 감염이 된 것입니다. 그 청년들 나라 지키러 간 죄밖에 없습니다. 그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것은 국가의 책임입니다.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은 최우선으로 군인에게 백신을 놔줬습니다. 미국이 비행기에 모더나 백신을 실어 한국의 미군에게 공수하는 것 보시지 않았습니까?

군에서 집단 감염이 나타났는데 대통령, 총리, 장관 그 누구도 병사들이나 그들의 부모에게 미안함을 표시하지도 않습니다. 군 간부들은 신병들이 사회에서 문란하게 놀다가 입대해서 또는 휴가 나온 장병들이 조심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말합니다.

2030세대, 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좋지만 감염 취약층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 빽빽이 찬 승객의 대다수가 이들입니다. 4050 상당수는 승용차로 출퇴근합니다. 혼자 쓰는 사무실이 있거나 최소한 업무 공간이 넓기라도 합니다. 저녁 술자리는 방이 있는 곳에서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살 수 있는 2030세대는 드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그중 절반 가까이가 2030세대로 나타나자  나라의 높은 분들이 젊은이 탓을 합니다. 편을 갈라 책임을 돌리는 버릇이 또 나왔습니다. 엊그제까지 '8인 모임 가능' 이런 말을 하며 코로나 거의 끝난 것처럼 말씀하시던 분들이 말입니다. 확진자 수를 따져 보니 30대와 40대에 차이도 거의 없습니다. 그동안 줄곧  4050세대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왔지만 정부가 중장년층이 문제라는 식으로 말한 적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가급적 모임 자제하고 방역 수칙 잘 지키는 것 중요합니다. 정부가 젊은이들에게 당부할 필요도 있습니다. 짜증내며 타박할 게 아니라 미안해하며 호소해야 합니다. 뭐 해준 게 있다고 그리 큰소리입니까?

조만간 수도권에 거리두기 기준이 4단계로 오를 듯합니다.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설명한 기사를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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