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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느린 영건, 궂은일 마다 않는 53.3%의 특별 구원

중앙일보

입력

김윤식. [사진 LG 트윈스]

김윤식. [사진 LG 트윈스]

LG 김윤식(21)이 선발 투수로서 지닌 약점을 불펜에서의 강점으로 바꿨다.

김윤식의 보직은 구원 투수다. 그 가운데서도 롱릴리프 역할에 가깝다. 전체 등판의 53.3%를 2이닝 이상 책임졌다.

지난 5일 잠실 한화전에서 그의 진가가 잘 드러났다. 이날 선발투수 차우찬이 1⅓이닝(3피안타 5실점) 만에 강판당했다. LG는 무려 9명의 투수를 투입한 끝에 9회 말 7-6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올렸다. 이날 LG 투수 중 가장 많은 아웃 카운트를 책임진 투수가 바로 김윤식이었다. 비록 한 점을 내줬으나 2⅓이닝(1피안타 1볼넷)을 던져 마운드 운용의 숨통을 틔워줬다. 나머지 8명의 불펜 투수는 적게는 ⅓이닝, 길게는 1이닝을 소화했다.

김윤식은 2020년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입단한 LG 마운드의 좌완 유망주다. 입단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총 23경기에 나와 2승 4패 2홀드 평균자책점 6.25를 기록했다. 선발투수로 11차례(구원 13경기)에 나설 만큼 기회와 기대를 받았다.

올 시즌은 7일까지 3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은 2.93으로 한층 좋은 모습이다.

김윤식은 시즌 초반 롱릴리프로 나서다 4월 30일 삼성전에 한 차례 선발 등판했다. 팀 내 선발진에 빈자리가 발생했고, 롱릴리프 좋은 모습을 보여 얻은 기회였다. 이 경기에서 4이닝 3피안타 4볼넷 1실점을 했다. 투구 수가 94개로 다소 많았지만,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회복 속도가 문제였다. 류지현 LG 감독은 "김윤식이 선발 등판 이후 회복이 더디다"며 "향후 선발 투수보다는 뒤쪽(불펜)으로 돌리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김윤식은 선발투수로서 아쉬움으로 평가받던 부분을 불펜에선 장점으로 한껏 살리고 있다. 올 시즌 구원 등판한 15경기 가운데 절반이 넘는 8경기에서 2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그만큼 한 번 등판하면 오랫동안 마운드를 책임지며 팀 투수진에 공헌하고 있다.

LG 벤치는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가장 첫 번째로 김윤식을 떠올린다. 지난 4월 8일 수원 KT전에서 이상영이 2⅔이닝 만에 강판되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4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4월 21일 잠실 KIA전에서도 2⅓이닝만 던지고 내려간 선발 함덕주에 이어 마운드를 넘겨받아 2⅔이닝 1실점(무자책)으로 2승째를 거뒀다. 6월 27일 삼성전에선 정찬헌(1⅓이닝)에 이어 0-4로 뒤진 2회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⅔이닝 1실점으로 9-5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5일 한화전에선 차우찬이 등판 전부터 목에 담 증세를 호소, 같은 좌완인 김윤식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찌감치 빠른 투입을 준비하기도 했다.

롱릴리프는 궂은일을 해야 하는 힘든 보직이다. 등판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승리나 홀드 등 기록도 잘 따라오지 않는다. 열심히 던져도 빛을 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프로 2년 차를 맞는 김윤식은 이런 역할을 통해 자신감과 경험을 쌓으며, 더 높게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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