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이철희도 가세, 5년만에 또 '여가부 폐지' 싸움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05:00

업데이트 2021.07.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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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제30·31대 재단이사장 이·취임 감사 예식’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제30·31대 재단이사장 이·취임 감사 예식’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이 되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여성가족부의 부분적 업무조정은 필요하지만, 본질적 기능은 유지·강화돼야 한다.”(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공약한 ‘여가부 폐지’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정부의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가 있다. 여가부라는 별도의 부처를 둘 이유가 없다”며 2017년 대선 출마 때에 이어 여가부 폐지를 다시 공약했다. 뒤이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여가부의 역사적 역할은 끝났다”며 폐지를 주장했고, 이준석 대표까지 “나중에 우리 대통령 후보가 되실 분은 폐지 공약은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7일)고 거들었다.

여권에선 즉각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7일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의 권익을 신장하고 여성의 참여를 끌어올려야 할 분야들이 많다”며 “(폐지론이)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8일엔 “(폐지 주장은) 상당 부분 오해에 기초한 것”(김부겸 국무총리), “분노를 조장하는 형태로 토론이 진행되지 않으면 좋겠다”(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등 신중론이 여권 인사들로부터 이어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7일 경기도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 면접 정책언팩쇼'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7일 경기도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 면접 정책언팩쇼'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폐지론의 핵심 논거는 여가부가 정부 부처로서 존재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폐지 공약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8일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여가부 폐지, 거듭 약속한다”며 “지금 여가부가 하는 일들은 상당수가 다른 부처와 중복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 비해 여권(女權)이 신장돼 ‘여성을 위한 부처를 따로 두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20대 남성(이대남)의 박탈감도 여가부 폐지론에 불을 붙인 요인이다. 하 의원은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2030들한테는 여가부가 여성한테 특혜를 주는 부서일 수밖에 없다”며  “여가부가 졸업할 때가 됐는데 졸업을 안 하니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등 이상한 일들만 자꾸 벌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존치론자들은 그간 여가부에 주어진 권한이나 예산이 부족해 제대로 기능할 수 없었다고 반박한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6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유 전 의원을 향해 “여가부 예산이 정부 전체 예산의 0.18% 수준이라는 것 알고 계시냐”며 “적은 규모와 예산이지만 여가부가 있었기에 여성 폭력 피해자에게 상담 등 지원을 제공했고, 다문화 가족의 생활 적응을 도왔다”고 말했다.

실제 여가부는 정부의 한해 예산(513조원, 2020년 기준) 중 0.2%(1조 1264억원) 정도만 주어지는 작은 부처다. “지금은 여가부 폐지를 공약할 때가 아니라 여가부가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실질적 권한과 환경을 정비할 때”(장혜영 정의당 의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 성폭력방지법 시행 등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 차관은 이날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여가부의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제도를 거론하면서 “이런 분들이 여가부가 없다면 어디에서 이런 도움을 받으실 수가 있을까”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 성폭력방지법 시행 등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 차관은 이날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여가부의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제도를 거론하면서 “이런 분들이 여가부가 없다면 어디에서 이런 도움을 받으실 수가 있을까”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사실 이같은 여가부 폐지 논쟁은 여가부가 탄생한 2001년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온 해묵은 논쟁이다.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란 이름으로 출범한 여가부는 2005년 가족 정책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로 확대개편 됐다. 그러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여성부는 여성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라며 폐지를 시도, 다시 ‘여성부’로 축소되는 수준에서 존치됐다. 2020년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을 두고 ‘여가부 폐지’ 청와대 청원이 10만명 동의를 달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가부 존폐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순히 여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국가 복지 서비스가 여가부·복지부·고용노동부 등으로 분절돼 있다”며 “그간 여가부가 여성 복지 기능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폐지를 전제로 종합적인 부처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가부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며 “예산도 인력도 너무 적어 무시당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데, 파이를 키워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국민의힘 청년문제 해결사 '요즘것들 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여의도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국민의힘 청년문제 해결사 '요즘것들 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폐지론이 정치적 구호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여가부 폐지론에 대해 “‘이준석 현상’ 이후 보수적인 남성들의 백래시(반발 심리)가 확산되니, 그에 정치권이 부응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여가부의 한계와 필요성을 모두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폐지보다는 부처 간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처 개편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으레 조직 개편 공약이 나오지만, 잦은 부처 개편은 관료 사회에 혼란을 준다는 점에서 실익이 적다”며 “여가부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검토를 거쳐 부처 폐지보다는 기능 미세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 또한 “여가부는 우리나라 부처 중 드물게 특정 대상을 중심으로 하는 부처라는 점에서 남성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여성의 지위가 취약한 사회 영역이 있다는 점에서 복지부·노동부가 아닌 여가부만이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런 사업을 발굴해 여가부 스스로 존재 목적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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