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혜리의 직격인터뷰

윤희숙 "韓 지속가능하지 않아, 586 이익공동체 책임 묻겠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00:36

업데이트 2021.07.0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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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지난 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을 만났다. 지난 서울시장 때는 고사하더니 "왜 지금인가"를 물었다. 그는 "서울시장은 비전으로 승부하는 자리가 아니지만 대선은 다르다"고 말했다. 조수진

지난 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을 만났다. 지난 서울시장 때는 고사하더니 "왜 지금인가"를 물었다. 그는 "서울시장은 비전으로 승부하는 자리가 아니지만 대선은 다르다"고 말했다. 조수진

윤희숙(51·국민의힘)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여름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임대차 3법의 예견된 부작용을 조목조목 따져 물은 '나는 임차인입니다' 5분 국회 연설로 벼락스타가 된 경제통 초선 의원이다. 이후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권 유력주자들이 어설픈 논리로 국민을 현혹하려 들 때마다 탄탄한 근거를 기반으로 깔끔하게 한 방을 날리는 저격수로 인지도를 쌓았다.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 때만 해도 스스로 "정치적 자산과 인맥이 부족하다"며 주변의 도전 권유를 뿌리쳤던 그가 왜 생각을 바꾼 걸까. 윤 의원을 만나 "왜 윤희숙이 대선판에 있어야만 하는가"를 물었다. 그는 "1차 목표는 당연히 대통령이 되는 것이지만 2차 목표는 정치판 업그레이드"라는 답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희숙이 있는 대선판, 뭐가 다를까. 

"정책을 얘기하는 제대로 된 선거다. 승자가 사실상 결정돼있던 지난 대선은 물론이고 이번 역시 정책을 얘기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대선은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를 놓고 5년마다 서로 다투는 일종의 잔치이자 생각의 싸움이고, 다음 5년의 자산이 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의 싸움을 안 한 지 너무 오래됐다. 생각의 싸움을 고급으로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

정말 대통령 되려고 대선 나왔다
청년 욕구 분출하는 지금이 기회
사회적 압력 가해 기득권 바꿀 것
정치공학 말고 정치 업그레이드

정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가. 

"당연하다. 수준 높은 정치를 경험해봐야 국민도 요구하기 시작한다. 정책이 필요한 근거는 뭔지, 기대 효과는 어떠한지 국민이 묻고 설명을 요구하는 문화가 있어야 정치가 바뀐다. 그래야 듣기 좋은 아무 말이나 하는 그런 문재인식 이미지 정치를 퇴출할 수 있다. "

정책 얘기부터 해보자. 경제만큼 교육 관련 문제 제기가 잦던데. 

"학교가 과거에 갇혀 미래를 위한 교육을 못 하고 있다. 학교가 변하려면 교사가 변해야 하는데, 절대 안 변한다. 전교조라는 방패를 앞세워 변화를 이끄는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괴리된 탓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전교조 불법채용 의혹만 봐도 알 수 있다. 교사 자리 하나 얻으려고 젊은이들이 얼마나 노력하는데, 자기편 자리 챙겨준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거 보고 분노했다. 이런 거 때문에 출마했다. "

이런 거 ? 

"출마 선언문에 쓴 대로 기득권 노조만 편들며 개혁을 막는 수구 집권세력에게 책임을 묻는 선거가 돼야 한다. 절대 변하지 않을 문제처럼 보일수록 변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다. 계속 문제를 알려서 국민이 직접 이런 요구를 하게 만드는 게 리더의 자질이다.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이해집단의 힘이 셀 때는 직접 협상이 어렵다. 누리는 게 많아 내놓지 않는다. 기운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은 국민적 문제의식을 높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리더라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무서워 굴복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게 정치가 부담해야 할 일이다. 변화는 결국 사회적 압력에서 나온다. "

국민을 먼저 설득한다는 전략인데, 노동 개혁도 마찬가지인가. 

"정확하게 같다. 2018년 추진되다 무산될뻔한 광주형 일자리는 정말 좋은 프로젝트였다. 기존 자동차 업계 임금의 절반(3500만원)만 받고서라도 일하려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 민노총이 임금 질서 교란이라며 훼방을 놨다. 강성 노조가 스스로 내려놓지 않겠다면 사회적 압력으로 관철해야 한다. "

윤희숙 의원은 지난해 7월30일 임대차3법을 무리하게 강행 처리한 거대여당에 맞서 '나는 임차인입니다' 5분 연설을 했고,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뉴스1

윤희숙 의원은 지난해 7월30일 임대차3법을 무리하게 강행 처리한 거대여당에 맞서 '나는 임차인입니다' 5분 연설을 했고,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뉴스1

국민 설득엔 시간이 걸린다. 가능할까.  

"젊은이들의 박탈감에서 파생된 사회적 압력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다행히 청년들이 더는 참지 않고 묻기 시작했다. 그런 면에서 큰 전환기다. 정치 입장에선 이게 힘이다. 지금까지 지레 겁먹고 포기했던 여러 이슈를 크게 겁먹지 않고 문제제기할 수 있다. 젊은이들 불만이 터져 나오는 지금은 정치인으로선 정말 좋은 기회다. 놓치면 안 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유력 주자 누구도 이참에 미래를 한번 바꿔보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미래를 얘기하는 주자가 없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을 놓고 "좀 모자라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인가. 

"맞다. 비단 윤 전 총장뿐 아니라 다른 주자들 출마 선언을 보면 '벙벙하다'.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걸 국민에게 알려줘야 힘이 생기는데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없더라. 나는 다르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서울시장 선거 땐 정치적 자질을 들어 출마를 고사했는데.  

"지난 몇달 동안 자신감이 생겼다. 여전히 미숙하지만 정치적 기술만 있는 정치인보다는 내가 낫다는 걸 알게 됐다. 바로 문제의식이다. 지금 이 나라는 심각한 병목에 처해있고 병목을 풀지 않으면 빠르게 쇠락해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은 해결책을 같이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그거 없는 정치적 기술이 뭐가 중요한가. 문제의식과 정치기술 둘 다 가진 사람이 있었다면 굳이 이번 대선판에 안 나왔을 거다. 대선판에서 토론의 토대로 삼을 만한 공공재를 제공하고 싶어서 민주주의 담론을 담은 『품격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출간 예정)를 썼다. 우리 당 후보들이 읽고 압축된 대선 경선 시간에 토론하면 국민적 공감대가 넓어져 국가도 덩달아 발전할 거라 믿고 썼는데 직접 나오게 됐다. "

인물이 없어서?  

"아니. 다들 나보다 나은 인물들이다. 다만 내가 가진 문제의식을 얘기해줄 사람이 없었다. "

강준만 교수가 상대 향한 "너 죽어라" 비판 대신 내 편 향한 "너 잘돼라" 비판의 필요성을 얘기하더라. 이런 시각에서 윤석열을 비판하자면.  

"분노만으로 나라를 잘 이끌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분노를 모을 수 있는 것도 굉장한 덕목이다. 무엇보다 지지율이 30%를 넘는다. 분노가 너무 커서 일단 희망을 거기에 싣는 거다. 미래를 얘기하는 내 메시지에 공감하는 국민은 아직 3%대(지지율)다. 앞으로 국민을 설득해서 내 파이를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거다. "

적잖은 국민은 정권 교체 후 집권 세력을 다 잡아넣길 원하는 심정으로 윤 전 총장을 지지하기도 한다.  

"화가 많이 나서 될만한 사람 밀겠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런 식의 분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국민이 이런 마음을 품고 있다해도 경선과 이후 과정에서 정제하는 게 지도자 역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자폭탄을 '양념' 운운하면서 오히려 폭력을 조장했다. 이렇게 막 나가는 분노를 정제하려는 노력 대신 거꾸로 끓어올리는 건 지도자가 아니다. 국민적 분노를 폭력적 방식으로 쓰이도록 내버려두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보수 정권이 끊어야 할까.  

"그렇다. 불법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응당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 죽이려고 검찰 힘을 이용하는 순환고리는 끊어야 한다. 미래로 가는 지도자라면 본인이 그걸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된다.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어떤가. 본인은 문 정부 첫 부총리로 방만 재정의 원죄가 있지 않나.   

"동감한다. 기재부가 원래 전문성·독립성을 갖고 있었나 싶을 만큼 이 정부 들어 종속적이 됐는데, 그 길로 가는 길을 터준 인물인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국가 지도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어떤 메시지로 국민 마음을 움직일 것이냐가 중요하다. 말의 성찬보다 실질적인 길을 보여줘야 한다. 저 사람 말하는 대로 하면 미래가 좋아지겠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게 정치가의 자질이다. 나는 그걸 하겠다고 나왔다. 다른 분들도 경선 레이스에서 그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의 스파링파트너가 돼 범야권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여야 한다. 현재로썬 내가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 "

기재부 뿐 아니라 이 정부 들어 유독 공무원 자질 문제가 제기된다. 

"무소불위 권력이니 철밥통도 무서운 거겠지. 대통령 문제도 크다. 노무현 대통령만 해도 나라를 긴 안목으로 통치했다. 지금은 청와대와 여당이 한몸처럼 오직 정치논리로만 움직인다. 국가를 제대로 이끌겠다는 리더의 방향성이 없는데 내 편만 무조건 옳다는 180석까지 더해 좌충우돌하니 관료가 움츠려든다. 이런 두려움을 이기는 게 소신과 실력인데 순환보직 등으로 실력 있는 공무원을 못 만들어내는 구조의 문제다. 공부가 제대로 된 공무원 있었다면 탈원전의 고비고비마다 그렇게 아무 견제가 없을 수 없었을 거다. "

어떤 이슈든 늘 청년을 중심에 두더라. 계기가 궁금하다. 

"조카 다섯이 파김치처럼 늘어져 있는 걸 많이 봤다. 안타까움을 넘어 그들의 분노와 문제의식이 너무나 합리적이라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재정학을 공부한 것도 한 이유다. 재정을 보면 이 나라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은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30년 후면 1명이 1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그 짐을 짊어져야 하는데 일자리조차 없다. 당장 몇 년 일자리 없는 것도 문제지만 일해야 할 때를 놓치면 그 시기에 배워야 할 걸 놓쳐서 평생 소득 곡선이 떨어진다. 저성장 사회로 가면서 파이가 줄었는데 왜 청년만 피해를 보나. 기성세대가 선점한 안정적 자리를 조정해주는 게 노동개혁이다. "

청년의 미래, 혹은 저출산 얘기를 하기엔 양육 경험 없는 게 약점이다.  

"사람들은 자기 문제는 일반화를 못 시킨다. 체계적 사고로 문제를 돌파할 방안을 만들려면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약점은커녕 오히려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저출산 관련 정책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 결혼 안 하고 애 안 낳는 심리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애 낳으라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여자는 절대 애 안 낳는다. 남자도 출산으로 삶의 계획이 틀어질까 두려워한다. 어떤 삶을 선택하든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줘야 애를 낳는다. 저출산 대책의 핵심도 여기 있다. 기성세대 눈엔 이기적으로 보이겠지만 그걸 제대로 풀지 못하면 출산율 반등은 어렵다. 저출산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 모두 내가 안 할 걸 국민에 강제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책을 만들 때 중요한 원칙은 역지사지다. 그래야 시장과 싸우지 않는다. "

이재명 지사가 무리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부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했다. 무식에서 나온 발언일까.

"전혀. 자기가 원하는 걸 관철하기 위해 얘기를 의도적으로 비트는 거라고 본다. 정치인들이 왜 이럴까 싶지만 지금 우리 정치 문화가 그렇다. 맞는 얘기가 아니라는 거 알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이슈를 틀고, 내 지지층은 모으고 상대 지지층은 몰아내려고 이런 정치공학적 접근을 한다. 무식한 게 아니라 (부정적 의미로) 엄청 똑똑하다. 재정 고갈로 제도 존속이 위협받는 국민연금을 개혁하기는커녕 국민 눈높이 운운하며 대놓고 포퓰리즘 하는 문재인 대통령처럼. "

지난 6일 안혜리 논설위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윤희숙 의원. 중앙일보 동영상 촬영팀 2명을 포함 전원 여자인 게 재밌다며 의원실 직원에서 따로 촬영을 부탁했다. [윤희숙 의원실]

지난 6일 안혜리 논설위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윤희숙 의원. 중앙일보 동영상 촬영팀 2명을 포함 전원 여자인 게 재밌다며 의원실 직원에서 따로 촬영을 부탁했다. [윤희숙 의원실]

마지막으로, 유승민 의원의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시끄러운데.  

"착잡하다. 남녀평등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았기에 분명 해야할 일도 있을텐데 여성계 인사들 권력 챙겨주는 부처라는 인식이 있다는 자체가 그만큼 우리나라 여성운동이 인심을 많이 잃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윤미향 사태 등을 보며 여가부가 몇몇 기득권 여성운동가들과 유착하는 부처로 비쳤던 게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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