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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마도 아파트 투자, 인간욕구 무시해 부동산정책 실패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00:32

업데이트 2021.07.0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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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윤석만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콘텐트제작에디터-사회

임대차 3법 1년

임대차 3법이 제정된 지 1년 됐다. 일부 보완이 있긴 했지만 다주택 소유는 악이고 공공임대는 선인 듯 여기는 정부의 인식은 변한 게 없다. 여전히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홍남기 경제부총리)이라고 강조한다. 한술 더 떠 여당의 대선 주자들은 다주택 징벌(이재명 경기도지사), 택지소유상한법(이낙연 전 총리)까지 들고 나왔다. 정말 다주택은 범죄이며, 부동산 투자는 악인가.

정부가 집값 통제하려는 건 잘못
“자본주의 체제에 이런 나라 없다”
‘적정 주택 공급’으로 목표 바꿔야
집을 사든 살든 개인 결정

최초의 아파트 인술라

로마시에서 발견된 인술라 유적. [사진 칸 아카데미]

로마시에서 발견된 인술라 유적. [사진 칸 아카데미]

기원전 2세기 로마는 포에니 전쟁의 승리로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했다. 인구가 폭증해 주거 불안이 심각했다. 넓은 단독주택(도무스·domus)에 사는 부자들이 단층집을 허물고 공동주택(인술라·insula)을 지어 세를 놓기 시작했다. 서민들 입장에선 싼값에 집을 구했다. 폼페이우스·카이사르와 함께 삼두정치를 펼친 크라수스 역시 인술라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고 키케로는 기록했다(『로마의 전설 키케로』).

초기 인술라는 안전에 취약했다. 건물의 저층부만 오푸스 세멘티쿰(Opus Cenmenticum)이라 불리는 일종의 콘크리트로 지었고, 그 위는 목재나 진흙 등의 자재를 사용했다. 1층은 보통 상가로 쓰였고, 위층이 주택이었다. 건물이 견고하지 못한 탓에 붕괴 사고도 많았다.

이탈로 지스몬디가 1923년 발굴한 인술라의 복원도. [사진 『Roman Architecture and Urbanism』]

이탈로 지스몬디가 1923년 발굴한 인술라의 복원도. [사진 『Roman Architecture and Urbanism』]

특히 서기 64년 로마 시내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다닥다닥 붙은 인술라 사이로 쉽게 불이 옮겨붙었고, 6일 밤낮을 탔다. 14개 행정구역 중 3개가 전소하고 7곳은 절반가량이 화마로 소실됐다. 당시 상황을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는 “위용을 자랑하던 제국이 공포와 죽음의 지옥으로 변했다”고 묘사했다(『연대기』).

대화재를 계기로 네로 황제는 건축 법령을 정비한다. 모든 인술라에 상하수 시설을 설치하고, 동간 거리를 10피트(약 3m) 이상 띄었다. 이전에는 7~8층 높이였던 인술라를 최대 5~6층으로 용적률을 제한했다. 그 후 인술라는 서민들의 핵심 주거양식이 됐고, 4세기경 로마 시내에만 4만5000채가 건재했다(『빌트』).

여기서 중요한 논점 3가지는 ①집이 오래전부터 투자의 대상이었고 ②다주택자는 시장 공급자 역할을 하며 ③제도의 정비로 주택 품질을 높였다는 점이다. 자산을 늘리고 싶은 집주인의 욕구는 세입자의 주거안정으로 이어졌다. 18세기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했듯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은 개인의 자비가 아닌 욕망이다.

이때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시장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을 제도로써 보완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할 일은 하지 않고 시장의 역할(가격 결정)까지 침해한다. 과연 옳은 방향일까. 미국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과 부동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중산층과 서민이 살 수 있는 적절한 집을 제공하는 데 있다. 각자의 환경과 필요에 맞는 주택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작은 집이 있는 반면, 100억 원짜리 펜트하우스도 필요하다.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잡겠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집값 안정이 잘못된 목표란 뜻인가.
“집값은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다. 오직 사교육비 절감만을 내세우는 정책이 안 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지금처럼 유동성이 큰 상황에선 세금으로 가격을 잡긴 어렵다. 부동산은 인플레이션 헷지(hedge·손실을 막기 위한 대비)여서 시중에 돈이 많으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임대차 3법 시행 1년을 맞았다.
“세입자 보호라는 취지엔 동의한다. 하지만 시점이 틀렸다. 전세 구하던 사람들까지 매매시장에 뛰어들었다. 역효과를 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 목표는 심정적으로 이해하지만 접근 자체가 틀렸다. 세상천지에 이런 나라는 없다.”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0년 7월~ 2021년 6월(셋째 주)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3.3㎡당 968만 원에서 1154만 원으로 19.2% 상승했다. 매매가도 17.2% 올랐다. 김 교수의 말대로 시장만 자극해 집값을 폭등시켰다.

국민은 더 나은 집을 원한다

2017년 8·2 대책 발표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과 수도권 주택 공급량은 충분하다”고 했다. 그 결과 서울의 주택 인·허가 건수는 대폭 감소했다. 2016년 72만 건에서 2017년 65만 건, 2020년 45만 건으로 계속 줄었다.

공급 충분의 근거 중 하나는 주택보급률이다. 2019년 기준 전국 주택 수는 1812만호로 주택보급률 104.8%다. 여기서 국민의 삶을 숫자로만 바라보는 탁상행정의 오류가 나온다. 개발도상국 시절에 지어진 노후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집의 19%가 지은 지 30년 넘었다. 단독주택만 놓고 보면 50.9%가 30년 이상 고령이다. 아파트의 44%는 20년 이상 됐다.

구매력 기준 1인당 GDP

구매력 기준 1인당 GDP

하지만 그 사이 소득수준은 급격히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990년 200조원에서 2020년 1898조원으로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인당 GDP(구매력 기준 4만1001달러)가 2017년 처음으로 일본(4만827달러)을 앞질렀다. 2018년엔 각각 4만2136달러와 4만1502달러로 벌어졌다. 30년 전엔 일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당시엔 영화 ‘기생충’과 같은 반지하 주택이 많았다. 온수를 마음껏 쓸 수도 없었고, 여름엔 비가 새며 겨울엔 결로 현상이 잦았다. 다수가 겪는 일이었기에 딱히 불편함을 못 느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주택의 품질은 천차만별이다. 새로 지은 쾌적한 아파트도 있지만, 예전과 비슷한 환경의 노후주택도 많다. 특히 서울은 재건축·재개발이 묶인 상태에서 과거와 똑같은 환경의 주택에 계속 살라고 하니 좋은 집에 대한 수요만 높아져 가격이 오른다.

부동산 투자를 죄악시

그래 놓고 집권세력은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거나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모두 강남 살 필요 없다”(장하성 주중대사)고 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44㎡(13평) 공공임대주택을 둘러보며 “신혼부부에 어린아이 같으면 2명도 가능하겠다”고 말해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

이처럼 현 정권은 집에 대한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집을 사든(BUY) 집에 살든(LIVE) 개인이 결정할 일인데 국가가 국민을 가르치려”(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한다. 윤 의원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욕구가 발현되도록 돕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현실과 동떨어진 이데올로기로 국민의 삶을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을 투자 대상으로 보지 말라는 시각도 다수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다. 지난달 20일 여론조사업체 케이스탯(Kstat)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부자들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재산을 모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6.3%가 부동산 등 실물투자를 1순위로 답했다. 공산국가인 중국도 땅은 나라가 소유하지만 아파트는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다.

현 정권은 집을 100% 사유재로 보지 않는다. 바로 ‘토지공개념’이다. 이낙연 전 총리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토지 이득을 소수가 독점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토지 불로소득을 무겁게 과세하고 소유권 행사에 제한 장치를 두는 배경도 이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토지공개념 3법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2017년 쓴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에서 독일·오스트리아 등을 예로 들며 “임대주택 비중이 높아 내 집 마련 욕구가 적다. 집을 투기수단이 아닌 거주공간으로 본다”고 했다.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에선 “(임대주택 확대 등) 궁극적으로 내 집이 아니어도 되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은 사유재산을 인정함으로써 인간의 욕망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전제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정작 정권 실세들은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어놓고 선량한 국민들만 벼락거지로 만들고 있다.

오늘 오후 5시 중앙일보 유튜브 ‘윤석만의 뉴스뻥 Live’에서는 안장원 부동산전문기자가 출연해 부동산 정책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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