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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한국 대선에 관심이 많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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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영희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이영희 도쿄특파원

이영희 도쿄특파원

“소박한 의문 하나. TV 정보방송들은 왜 지금 (도쿄)도의회 선거가 아니라 한국 대통령 선거 특집을 하고 있는 거죠?”

도쿄도의회 선거(7월 4일)를 4일 앞둔 지난달 30일,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렌호(蓮舫) 참의원 의원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피식 웃음이 터졌다. 전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계기로 일본 뉴스쇼들이 특집 코너를 마련해 한국 대통령 선거 판세를 상세히 전하는 중이었다.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장소로 택한 데 그렇게 깊은 뜻이, 방송을 보고 알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배가 아파 병원을 찾은 것도 한국 언론에 크게 보도됐으니 이상한 일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일본 언론이 한국 대선에 쏟는 관심은 유난스러워 보인다. 사무실에 틀어놓은 TV에 배우 김부선씨가 한참 비치기에 ‘뭐지’ 했더니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스캔들을 소개하는 방송이었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 신문은 아예 사설에서 ‘젊은이들의 지지는 어디로 향할까’라며 한국 대선을 분석하더니 이 지사의 “대일 강경 자세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인기를 노린 과격한 발언은 자제해야 하지 않냐”고 충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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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런 지극한 한국 집착은 혐한(嫌韓) 정서에서 온다는 해석이 많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후 ‘한국은 이상하고 과격한 나라’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졌고, 일본과는 달리 역동적(?)인 한국 정치의 갈등 상황을 옆집 싸움구경 하듯 중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도 추미애-윤석열 갈등도 일본 뉴스쇼의 주요 테마였다.

긍정적으로는 “일본에 한국의 존재감이 그만큼 커진 것”이란 풀이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정권 교체에 관심을 드러내는 정파적 목소리도 있지만, 일반 대중들에겐 “신기해서”가 크다는 것이다. “세습 정치, 자민당 1당 통치에 익숙한 일본인에겐 30대 청년이 야당 당수가 되고,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출마하는 한국 정치의 풍경이 낯설지만 흥미로운 거죠. 방송이 이런 지점을 잘 캐치한 게 아닐까요.” 한 정치학자의 견해다.

어느 쪽이든 한국 정치판 중계는 일본의 갑갑한 상황으로부터 눈을 돌리게 하는 역할만은 톡톡히 하고 있다. 렌호 의원의 트위터 댓글 중엔 이런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주변국에 대한 증오를 부추겨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외부로 돌리는 거죠. 지금 일본의 쇠퇴는 국민들이 자국의 정치·사회에 대한 책임을 방기해 온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