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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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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현예 기자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김현예 P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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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문제의 답은? ①203의 3분의 2는? ②135.3333…은 135에 가까울까, 136에 가까울까? 알쏭달쏭, 이럴 때 쓰였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사오입(四捨五入). 넷 이하의 숫자는 과감히 버리고, 다섯 이상은 앞선 자릿수에 하나 보태 계산하는 방식이다. 요즘 젊은층엔 낯선 말이겠지만, ‘반올림’과 같은 뜻이다. 간단한 법칙 같지만, 현실에서 부딪히면 역사를 바꿀 정도의 폭발력이 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1954년 우리 헌법은 한 대통령이 두 번까지만 할 수 있도록 중임 제한을 뒀다. 당시 두 번의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 대통령은 개헌을 추진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개헌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헌법 제130조에 따라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재적 의원 수는 203명. 투표가 이뤄졌다. 찬성은 135표, 반대 60표. 기권은 8표가 나왔다. 개헌을 위해 필요한 136표가 되려면 딱 한 표가 모자랐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집권당인 자유당은 ‘사사오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135.3333…을 사사오입 원칙으로 보면 개헌안 통과를 위한 정족수는 136이 아닌 135이니, 가결된 것이라는 억지주장이었다. 결국 자유당은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1956년 치러진 선거에서 이 대통령은 다시 당선됐다. 4년 뒤인 1960년 3월 선거가 치러졌지만 부정이 일어났다. 후폭풍은 거셌다. 부정선거에 반발한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그 뒤는 다 아는 얘기다. 일주일 뒤 이 대통령은 하야 성명을 내놨다.

사사오입이 부활할 기세다. 이번엔 종합부동산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를 공시가격 기준 상위 2%에 물리겠다는 안을 내놨다. 집값 폭등에 종부세를 물 처지인 사람들이 늘자, 내년 선거를 의식해 내놓은 꼼수였다. 문제는 이 상위 2%를 어떻게 정하느냐인데,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3명이 지난 7일 발의한 개정안은 무려 ‘억 단위 이하’를 사사오입하기로 했다. 고가주택에 물리겠다는 세금 기준을 반올림으로 결정한다니 이 무슨 희극인가.

누더기가 된 종부세를 더 만지작거리기보다 잘못 꿴 부동산 정책의 첫 단추로 돌아가면 안 되나. 우리 헌정사에 오점으로 기록된 사사오입 개헌에 이어 어쩌면 ‘사사오입 종부세’도 웃지 못할 역사의 한 장면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