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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내 나이가 어때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올해 90세인 다키시마 미카 할머니가 다리 찢기를 하고 있다.

올해 90세인 다키시마 미카 할머니가 다리 찢기를 하고 있다.

군살 하나 없는 탄탄한 몸매에 이두박근이 불끈, 종아리 근육도 옹골차다. 핫핑크 민소매에 검은색 레깅스를 입고 활짝 웃는 이분은 일본 최고령 할머니 헬스 트레이너 다키시마 미카(瀧島未香)다. 올해 90세. 아사히신문이 화제의 인물을 소개하는 코너인 ‘사람(ひと)’에 최근 일자로 다리를 찢으며 웃는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일본 최고령 헬스 트레이너 다키시마 미카 #“살쪘네” 말에 충격, 65세 운동 시작 #87세 트레이너 데뷔, 운동 전도사로 #“무리 말고 1㎜라도 매일 움직여라” #신문·방송·기업서 앞다퉈 러브콜

그는 아사히신문에 “운동할 때 무리를 하면 물론 안 되지만, 우리 시니어들 모두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1㎜라도 좋으니 매일 조금씩 움직여라”고 조언했다. 프로 운동선수가 아니었던 그이기에, 운동이 하기 싫거나 어려운 이들의 마음을 잘 안다. 그가 다키미카라는 애칭으로 인기를 키워가는 비결이다. 그는 “이렇게 모두가 힘든 때, 원기를 불어 넣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위는 역기를 들고 스쿼트 하는 모습, 아래는 90세 생일 파티 모습. [SNS 캡처]

위는 역기를 들고 스쿼트 하는 모습, 아래는 90세 생일 파티 모습. [SNS 캡처]

다키시마가 헬스를 시작한 건 환갑도 지난 65세였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던 평범한 주부였다. 고교 시절까진 스포츠에 무관심했다. 고교 졸업 후 결혼 전까지 백화점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고, 그 연배 여성이 으레 그랬듯 결혼 후엔 전업주부의 삶을 살았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가족 중 한 명이 “요즘 자꾸 살이 찌는 것 같은데?”라고 말했고, 이 말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마침 아이들도 장성해 독립했고, 자유 시간이 늘어났던 터였다.

그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도 싫었고, 가족의 그 말도 충격이었다”며 “바로 집 근처 헬스장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체중 조절만 할 요량이었던 그는 20년 넘게 꾸준히 운동하며 운동에 재미를 붙였다. 수영도 시작해 수준급이라고 한다. 그런 그를 눈여겨본 트레이너가 “소질이 있는데, 트레이너가 돼보는 건 어떠냐”고 권유했다고 한다. 다키시마가 그렇게 정식 트레이너가 된 것은 87세였다. 처음엔 요양원과 시니어를 위한 시설을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점차 인기가 높아져 이젠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트레이너가 됐다. NHK의 간판 아침 프로그램 ‘아사이치’에도 소개될 정도로 전국적 지명도도 얻었다.

그는 유명 운동용품 브랜드가 그를 초청해 만든 홈트(홈 트레이닝) 영상에서 활기찬 목소리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여러분”이라고 외치고 “자, 우리 모두 함께 도전합시다”라며 20분 스트레칭 루틴을 선보인다. 중간에 끊김이 거의 없는, 원 컷 롱테이크 영상에서 그는 차분하되 알찬,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을 선보인다. 아사히신문은 “다키시마는 20㎏에 달하는 바벨도 번쩍 들어 올린다”고 전했다. 러브콜도 끊이지 않는다. 유명 헬스 트레이너들이 앞다퉈 그와 함께한 영상을 올리고, 최근엔 운동용품 브랜드의 홍보대사도 맡았다.

그의 도전엔 끝이 없다. 그는 “요즘엔 새롭게 도전하는 게 생겼다”며 “바로 영어”라고 전했다. 팬데믹이 진정되고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세계 진출도 꿈꾸는 까닭이다. 그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분에게 에너지를 전해드리고 싶은 게 꿈”이라며 “영어도 그래서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우울한 시대이지만, 그렇다고 움츠러들기만 하면 사는 재미도 의미도 없지 않으냐”며 “내 몸의 가능성을 열어 기분을 업시키면 삶이 즐거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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