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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한국인가 도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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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도쿄의 안개(①)와 지진(②) 대비 훈련에 한창인 양궁대표팀. ③ 축구대표팀은 J리그처럼 훈련장 잔디를 짧게 깎고 물을 많이 뿌렸다. [사진 대한양궁협회, 뉴스1]

도쿄의 안개(①)와 지진(②) 대비 훈련에 한창인 양궁대표팀. ③ 축구대표팀은 J리그처럼 훈련장 잔디를 짧게 깎고 물을 많이 뿌렸다. [사진 대한양궁협회, 뉴스1]

도쿄올림픽을 보름 앞둔 한국 선수단은 도쿄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공간에서 ‘가상 훈련’ 중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올림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 놓은 풍경이다.

1억5000만원 투자 쌍둥이 양궁장 #‘리얼 도쿄’ 콘셉트로 가상훈련 중 #사격장엔 일본 가수 노래 울려 퍼져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3개를 휩쓴 한국 양궁은 대회 준비도 세계 최강이다. 훈련 콘셉트는 ‘리얼 도쿄’. 지난 5월부터 충북 진천 선수촌 양궁장에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을 본뜬 ‘쌍둥이 세트’를 설치했다. 사대와 과녁, 전광판이 흡사하며 관중석 200개도 만들었다. 일본어 방송이 흐르고, 까마귀 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까지 녹음해서 튼다. 양궁 남녀대표팀 6명은 이 곳에서 두 달째 하루 400번 이상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일본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쿄 양궁장 건설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왔다. 위치와 각도, 보라색 패턴까지 유사하게 설계했다. 시설 비용만 1억 5000만원 들였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대회에 못 나가 도쿄 환경을 최대한 모사했다”고 전했다.

진천 선수촌 양궁장에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을 본뜬 ‘쌍둥이 세트’를 설치했다. 대한양궁협회가 1억5000만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장진영 기자

진천 선수촌 양궁장에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을 본뜬 ‘쌍둥이 세트’를 설치했다. 대한양궁협회가 1억5000만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장진영 기자

지난 5월에는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특별 훈련을 했다. 매립지에 세워진 유메노시마 양궁장은 도쿄만에 인접해 해풍이 분다. 그래서 기후가 유사한 자은도에서 도쿄 양궁장과 동일한 환경(풍향, 햇빛, 안개)을 계산해 훈련했다. 지난달 충남안전체험관에서 식탁 밑으로 대피하는 등의 지진 대비 훈련도 했다.

도쿄 선수촌 입촌은 경기 닷새 전에야 가능하다. 양궁 대표팀은 오는 19일 출국해 사흘만 현지 훈련을 하고 23일 예선 라운드를 시작한다. 박채순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목표인 전 종목 석권(혼성까지 금메달 5개)을 위해 모든 여건을 최악으로 만들어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여자대표팀 장민희는 “양궁협회가 많이 지원해줘 훈련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양궁협회는 2016년 리우올림픽 때 치안 불안을 고려해 선수단에 방탄 차량을 제공했다. 이번에는 ‘코로나 맞춤형 지원’을 했다. 회장사인 현대차와 협업해 안면 인식을 통한 심박수 측정, 인공지능(AI) 영상 분석, 슈팅 머신 등의 기술을 활용한다.

펜싱 대표팀도 지난주 진천 선수촌 실내 테니스장에 새 피스트를 설치했다. 올림픽 펜싱이 열리는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로부터 모티브를 얻었다. 4강부터 열리는 메인 경기장 무대는 예선 경기장보다 무릎 높이 정도 더 높고 수 십개 조명이 설치된다. 비슷한 시설을 대한펜싱협회가 1억원을 투자해 만들었다. 김형열 대표팀 남자 사브르 코치는 “선수들이 조명 밝기와 열에 예민하다. 그걸 미리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선수들의 몰입도와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전했다.

펜싱 대표팀도 진천 선수촌 실내 테니스장에 새 피스트를 설치했다. 올림픽 펜싱이 열리는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로부터 모티브를 얻었다. [사진 대한펜싱협회]

펜싱 대표팀도 진천 선수촌 실내 테니스장에 새 피스트를 설치했다. 올림픽 펜싱이 열리는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로부터 모티브를 얻었다. [사진 대한펜싱협회]

진천 선수촌 사격장에는 일본 가수 요네즈 켄시의 ‘페일 블루’가 흐른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우리 사격 대표팀 코치가 일본팀에서 ‘도쿄 올림픽 때 오리콘 차트 노래가 나올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훈련 내내 함성과 셔터 소리도 들린다”고 전했다. 올림픽 사격 경기 땐 관중을 위해 음악을 튼다.

축구 대표팀은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의 잔디를 짧게 깎은 뒤 물을 많이 뿌렸다. 김학범 감독은 “공 스피드가 빨라지는 일본 잔디에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J리그에서 뛰었던 공격수 황의조도 “일본 잔디는 짧고 촘촘해 뛰기 힘들다”고 전했다.

탁구 대표팀도 지난달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연습 대회를 치렀다. 이곳 탁구대도 도쿄 체육관 시설과 비슷하게 꾸몄다. 이창섭 석정도시개발 회장이 5000만원을 후원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관중 입장을 대비해 군인 100여명이 응원해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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