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발 패닉 “직원 화장실 수도꼭지가 감염 통로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00:02

업데이트 2021.07.0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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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터질 게 터진 거예요.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운이 안 좋아 (우리 백화점이) 걸린 거지, 다른 백화점이라고 상황이 다르진 않을 거예요.”

현대백화점 확진 대부분이 직원
전용공간 밀접·밀폐·밀집 특징
‘집단감염은 예고된 참사’ 지적 나와
백화점 푸드코트엔 손님 발길 끊겨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근무해 온 20대 직원 A씨는 8일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확진자가 80명까지 늘어난 이 백화점의 무더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예고된 참사였다는 얘기였다.

이번 집단감염에서 눈길을 끄는 건 확진자 중 절대다수인 70명 안팎의 인원이 백화점 직원이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인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일부 직원의 ‘일탈’을 의심하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날이 더워지다 보니 일부 직원들이 지하 1층 식품 창고 안 냉장실에 들어가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거나 간식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본 방역수칙을 어기면서 확산이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백화점 내 직원용 공간의 3밀(밀접·밀폐·밀집) 환경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화점은 모든 것이 고객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근로자의 공간은 고객 동선과 철저히 구분돼 있을 뿐 아니라 매우 열악하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이 백화점 직원들은 정문이 아니라 주차장 뒤편의 공간을 이용해 출입한다. 매장까지 이어지는 직원용 통로는 2명 정도가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다. A씨는 “다른 백화점에서도 일해봤는데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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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이날 “지하 식품점에서 감염이 시작됐고 종사자들이 공용 공간을 같이 썼다”며 직원 공간이 집단감염의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방역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지하 1층 직원용 화장실을 주목하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화장실 수도꼭지는 주요 감염 통로 중 하나다. 손을 닦거나 이를 닦으면서 바이러스가 많이 배출돼 쉽게 감염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하 3층 직원 식당도 의심했다. 그는 “100~150명 수용이 가능한 50평 정도의 공간인데 점심시간이면 직원들로 북적인다. 좌석 간 거리가 넓지 않기 때문에 다닥다닥 붙어서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 관계자는 “만약 식당에서 확산이 시작됐으면 전층 직원들에게 퍼졌을 텐데 확진자들은 대부분 지하 1층 식품관 직원들이다. 식당이 진원지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직원용 탈의실 등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면서 감염이 확산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오는 12일까지 임시 휴점하기로 했다. 다른 백화점들도 유탄을 제대로 맞았다. 8일 낮 12시 강남 롯데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에는 총 20개의 식탁 중 5개만 채워져 있었다. 식품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손님이 많았는데, 현대백화점 사태 이후 확 줄었다. 어제 점심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강남 신세계 백화점 지하 1층 푸드코트도 손님이 줄긴 마찬가지였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코너의 직원 송모(60)씨는 “현대백화점 사태 이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매일 아침 소독 여부와 직원들의 건강 상태 일지를 기록해 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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