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동원 정적탄압한 아이티 대통령, 용병에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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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7일(현지시간) 괴한에 암살당한 조브렐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자택 인근에 그려진 모이즈 대통령 벽화 앞에서 경계 근무 중인 경찰들. [AP=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괴한에 암살당한 조브렐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자택 인근에 그려진 모이즈 대통령 벽화 앞에서 경계 근무 중인 경찰들. [AP=연합뉴스]

카리브해 연안의 빈국 아이티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벌어진 현직 대통령 암살 사건이 나라 안팎을 충격으로 물들였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외곽 고급 주택가에 첫 총성이 들린 건 이날 새벽 1시. 조브렐 모이즈(53) 대통령 자택에 여섯 명의 암살자들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모이즈 대통령은 사망했고 대통령 부인 마르티네 모이즈(47)도 총상을 입었다. 대통령 부인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현재 안정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위중한 상태다.

경찰 “용의자 4명 사살, 2명 체포”
미국 마약단속국 사칭해 사저 침입

클로드 조셉 임시 총리(외교부 장관)는 “임시로 나라를 맡게 됐다”며 2주간 계엄법에 의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매우 잘 짜인 작전”이라며 “고도로 훈련된 특공대가 개입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영어와 스페인어를 구사한 침입자들은 미국 마약단속국(DEA)을 사칭했다. 보치트 에드먼드 아이티 주재 미국대사는 로이터통신에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침입자들이 대통령 관저의 경비 인력에 마약단속국 작전이라고 속였다”고 설명했다. 괴한들이 검은 옷과 중화기를 들고 있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괴한 습격으로 총상을 입은 대통령 부인 마르티네 모이즈가 이날 미국 마이애미 라이더 트라우마센터에 도착하는 모습. 모이즈 대통령 암살로 혼란에 빠진 아이티는 2주간 계엄법에 의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AP=연합뉴스]

괴한 습격으로 총상을 입은 대통령 부인 마르티네 모이즈가 이날 미국 마이애미 라이더 트라우마센터에 도착하는 모습. 모이즈 대통령 암살로 혼란에 빠진 아이티는 2주간 계엄법에 의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AP=연합뉴스]

레옹 샤를 경찰청장은 7일 “6명의 용의자 중 4명은 총격전 끝에 사살됐고, 2명은 체포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그들이 외국인이었다고 확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계엄령이 선포된 거리엔 이동 제한 명령이 내려졌고, 곳곳에 군대가 배치됐다. 민간 법원은 군사 법원으로 전환됐으며 국제공항은 폐쇄됐다. 아이티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종일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에 집중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외국인 용병이 동원된 모이즈 대통령 암살의 배후를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몇 달 전부터 반(反) 모이즈 시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2015년 10월 대선에서 모이즈 대통령은 아슬아슬하게 승리했지만, 선거 결과를 놓고 야당 후보들이 불복하며 선거 결과는 이듬해 말에야 확정됐다. 2017년 2월 임기를 시작한 모이즈 대통령은 “정국 혼란으로 임기가 늦게 시작됐다”며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1월에는 의회도 해산했다.

반면 반대파들은 대선 직후부터 임기를 따져야 한다며 그의 임기가 끝났다고 주장해왔다. 또 모이즈 대통령이 정치적 정적들을 갱단을 동원해 억압하고, 각종 부정부패에 연루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모이즈 대통령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며 최근 몇 달 새 정국 혼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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