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안심할 수 없다" 경고했던 정은경 "방역 완화 신호가 확진자 급증 불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8 19:24

업데이트 2021.07.08 21:11

“오랜 코로나 대응으로 모두가 지친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 신호가 사람들의 접촉을 증가시키고, 전파 속도가 빠른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증가가 지금의 유행 급증에 영향을 줬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브리핑에서 현 상황에 대해 이런 진단을 내놨다. ‘거리두기 완화 신호’라는 정부의 실책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그간 전문가들은 백신 인센티브, 거리두기 개편을 밀어붙이는 당국의 대응이 섣부르다고 지적해왔다. 고령층을 제외한 상당수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데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이들도 10%에 불과한 상황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상륙해 기세를 넓혀 가는데 이런 조치들이 자칫 섣부른 완화 신호를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런 우려를 일축하며, 모든 걸 계획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예방접종 계획, 코로나19 현황 등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예방접종 계획, 코로나19 현황 등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달 24일 브리핑에서 “국내 유행 통제 상태는 안정적이다. 델타 변이 점유율 자체도 전체 변이의 10%가 안 되는 상황이라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거리두기 개편을 계속 연기하면서 고도의 사회경제적 비용이나 자영업, 소상공인의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을 이어갈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당시 질병청 중심의 중앙방역대책본부 진단은 미묘하지만, 분명히 달랐다. 정은경 청장은 같은 날 변이 확산을 우려하며 “해외 유입 차단과 국내 확산 방지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리두기 개편에 대해서도 “수도권 지역에서는 좀 더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7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개편되고 예방접종자에 대한 일상 회복 지원 방안이 확대되고 여름휴가와 방학 등으로 국내 유행이 증가할 우려가 매우 크다”며 “1차 접종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으며 8월 말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 준수가 매우 중요하다”고 재차 우려했다. 아직은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 청장은 8일 4차 유행의 진입 단계라고 밝히며 “거리두기 완화 신호가 접촉을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방역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당국자로서 송구하다”라고도 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 4차 유행은 중대본이 만들어낸 인재”라며 “모든 지표는 나빠지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경고음 없이 돌진해서 박아버린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아직도 중대본 내에선 위중증 환자, 사망자가 낮다는 비윤리적인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송구하단 얘기가 왜 거기(정은경 청장)서 나오냐”고 했다. 정 교수는 “지금 방역대책의 주도권을 질병청장한테 주지 않고 있다. 새로운 거리두기에 단계별 결정·조정 권한을 보면 시·군·구, 시·도와 중대본이 들어가 있는데 방대본은 일언반구도 없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 청장을 향해서도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강하게 거부 안 했다. 소극적 저항이란 표현도 있듯 정 청장도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가을에도 짧고 굵게 가야 한다고 했는데 느슨하게 풀었다”며 “거리두기를 강화해도 모자를 판에 완화해서 이렇게 됐는데 정부는 반성이나 사과 없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원스트라이크 아웃’ 한다고 한다. 방역 협박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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