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먹고 또 때렸다"…12시간 구타 구조단장, 폭력전과 8범

중앙일보

입력 2021.07.08 16:20

업데이트 2021.07.08 16:33

응급구조사가 사망하기 한달 전 쯤 단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모습. JTBC

응급구조사가 사망하기 한달 전 쯤 단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모습. JTBC

지난해 12월 24일 경남 김해의 한 사설 응급구조단에서 부하직원인 응급구조사를 때려 숨지게 한 구조단장이 폭행을 하는 과정에서 치킨을 시켜 먹은 뒤 다시 폭행을 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폭행뒤 방치해 사망, 구조단장 징역 18년

창원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정현)는 8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조단장 A씨(43)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1시쯤 김해의 한 사설응급구조단 사무실에서 부하직원인 응급구조사 B씨(44)를 주먹과 발로 12시간 가까이 폭행했다.

이어 거동이 불가능한 B씨에 대해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차가운 사무실 바닥에 방치해 25일 오전 10시 30분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당초 경찰은 이 단장을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높은 수준의 폭력성과 범행이 매우 대담하고 잔인하며 범행 후 사건을 은폐하려거나 증거를 인멸하려 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 유족들이 엄벌을 요청하고 있어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당일 식사도 못 한 채 폭행을 당해 탈수 등의 증세를 보였음에도 피고인은 배가 고프다며 치킨을 시켜 그 앞에서 먹고 다시 체력을 보충해 때렸다”며 “특히 피고인은 응급구조이송단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피해자 사망을 방지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살인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폭력 전과만 8차례나 있었던 점도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25 일 숨진 응급구조사가 폭행을 당한 뒤 구급차에 태워져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기 직전의 모습. JTBC

지난해 12월 25 일 숨진 응급구조사가 폭행을 당한 뒤 구급차에 태워져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기 직전의 모습. JTBC

이번 사건은 12월 23일 B씨가 낸 차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 대해 A씨가 불만을 품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폭행 현장을 녹음한 음성 파일에서A씨는 “너 같은 XX는 그냥 죽어야 한다”, “너는 사람대접도 해줄 값어치도 없는 개XX야”라고 말하며 여러 차례 B씨를 때렸다. 그런 뒤 A씨의 폭행으로 B씨가 넘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 뒤 “팔로 막아?”, “안 일어나”, “열중쉬어, 열중쉬어”, “또 연기해”라는 A씨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B씨는 그때마다 “죄송합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울먹였다.

폭행 이후 A씨 부부 등의 행동도 상상을 초월했다. A씨 등은 구타를 당해 몸을 가누기도 힘든 B씨를 사무실 바닥에 방치한 채 하룻밤을 보냈다. 그런 뒤 이들은 다음날 오전 9시가 넘어 B씨를 구급차에 태워 B씨 집 쪽으로 이동했다. 사무실 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보면 B씨는 구급차 안에서 거의 의식이 없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이날 선고가 나오자 피해자 가족들은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가족은 “이 사건 이후 아버지도 자식을 잃은 충격으로 쓰러져 지난 5월 돌아가셨다. A씨는 한 가정에 2명을 죽인 살인자다”며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도 적다고 생각하는데 징역 18년은 납득할 수 없는 형량이다”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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