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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1만2000km 걸었더니 다시 젊어지는 느낌 들더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66)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30분 정도 요가를 하고(분명 강도 높은 스트레칭이다), 출퇴근할 때는 15분씩 지하철역까지 걸어간다(하루 7000~8000보는 무조건 걷는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1시간 이상 한강 변을 걷고, 식사할 때는 가능한 탄수화물을 줄이려 한다. 요즘은 술자리도 거의 없고, 그렇다고 간식을 즐기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 몸무게는 점점 늘어 인생 최고치에 이르렀고, 저녁때가 되면 앉아 있기가 힘들 정도로 피곤해 11시 전에 잠자리에 든다. 손과 발, 다리가 붓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암담한 것은 복부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나왔다는 점이다. 50대 갱년기 여성의 신체적 변화를 실제 경험하는 중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나빠지는 속도가 빨라 당황하고 있다.

『갱년기 직접 겪어 봤어?』 표지의 일러스트로 그려진 여성의 모습이 딱 지금 내 모습이라 생각이 들었다. [사진 비타북스]

『갱년기 직접 겪어 봤어?』 표지의 일러스트로 그려진 여성의 모습이 딱 지금 내 모습이라 생각이 들었다. [사진 비타북스]

방법을 바꿔야 한다. 건강과 운동방법, 음식에 관한 책들을 보며 나에게 적당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둥그런 몸매의 중년 여성들이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는 책 한권이 눈에 띄었다. 갱년기 치료를 해오고 있는 한방부인과 이현숙 원장이 쓴 책인데, 『갱년기 직접 겪어 봤어?』(비타북스)란 제목이 아주 직설적이다. 갱년기의 증상별 관리법을 훑어보던 중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안 빠져요’란 페이지에 멈췄다.

‘40대 이후 부쩍 살이 쪘다 / 다른 곳에 비해 유독 뱃살이 많다 / 체중은 그대로인데 입던 바지가 맞지 않는다 / 덜 먹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 / 운동을 하려고 해도 피로감이 심하다 / 온갖 다이어트를 해도 효과가 없다’라는 체크리스트가 거의 내 이야기였다. 저자는 여성의 몸은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복부나 팔뚝 허벅지 등에 지방을 축적하기 때문에 40대 이후 어느 정도 살이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나 복부 비만은 내장 지방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장 지방은 혈액으로 흡수되어 혈중 지질의 형태로 작용하게 되므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 질환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건강검진 결과로 성인병에 주의를 필요로 하는 단계라는 이야기는 들었던 차라 더더욱 신경을 써야겠다 싶었다.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소식도 중요하다.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식이섬유 등이 풍부한 식품을 더 먹어야 하는데, 특히 근육의 재료가 되는 단백질을 매 끼니 섭취해야 한다고 전한다. 노화로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도 체중이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 몸에서 근육을 찾기는 어렵다. 매주 3~4회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기구 운동을 해왔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몸의 탄력도 느끼고 쉽게 지치지도 않았는데…. 그러니까 지금의 내 상태는 근육이 문제였나? ‘50대 몸짱 TV’를 운영하고 있는 오세욱 씨의 책『50, 살기위한 최소한의 운동』(페이퍼버드)에서도 근육의 중요함이 강조된다. ‘나이가 들면 근섬유가 위축되고 근육의 기능이 서서히 떨어진다. 근육은 40대부터 매년 1%씩 줄어들며, 70대 이하는 약 25%, 80대 이상은 약 40%가 근육이 줄어드는 근감소증을 앓는다고 한다. 노화로 인해 근육이 줄어들고 근력이 없어지면 쉽게 넘어지고 면역력도 약해져 질병에 걸리기도 쉬워진다. 근육은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소실되기 때문에 나중에는 운동을 해도 근육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적을 때 근육의 총량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권유까지 읽다 보니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육이 생기면 몸이 다시 만들어지고, 다시 활기가 돈다고 한다. [사진 Scott Webb on unsplash]

근육이 생기면 몸이 다시 만들어지고, 다시 활기가 돈다고 한다. [사진 Scott Webb on unsplash]

배와 허벅지가 늘어지는 것을 막고, 몸에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근육을 늘려야 한다. 우선 걷는 것부터 제대로 해보기로 했다. 안 좋은 자세의 걷기로는 근육이 만들어질 리가 없다. 등 근육에 신경을 쓰지 않고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 건 오히려 배와 머리를 앞으로 나오게 한다. 등을 바로 펴고, 목을 똑바로 세운 후 턱은 살짝 당기며, 눈은 전방 15m 정도를 바라보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아랫배와 엉덩이가 나오지 않게 힘을 주며 걷는 것도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다니지 않았던 아파트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도 다시 다니기로 했다. 지금까지 2주 정도 센터에서 운동을 했는데, 유산소 운동 외에 팔과 다리의 근육을 강화하는 기구 운동을 빠뜨리지 않고 하고 있다. 20~30분이라도 근육을 자극하는 운동을 하고 나면 확실히 온몸에 에너지가 퍼지는 게 느껴진다. 식사도 조금 더 신경 써서 먹으려 하고 있다. 탄수화물을 더 줄였고, 매일 1회 이상 단백질을 섭취하려고 한다. 닭가슴살을 사다가 냉장고에 채워 두고 관련 요리법을 찾아보며 흐뭇해하면서 말이다. 생활이 크게 바뀐 게 아닌데도 2주 만에 몸무게가 1㎏ 이상 빠졌다. 무엇보다 등을 세우고 호흡에 신경 쓰며 자세를 바로 하다 보니 구부정하니 피곤한 모습은 확실히 사라졌다.

이번에 책을 뒤지다 오랜만에 펼쳐 든『마녀체력-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이영미 지음, 남해의 봄날)에서 숨을 멈추며 읽은 페이지가 있었다. 저자는 운동하며 지내온 본인의 10년을 돌아보며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책 『떠나든, 머물든』의 한 구절을 언급했는데, 지금의 나에게 딱 맞는 격려와 자극이 되었다. 예순 살의 나이까지 30년간 기자로 일한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아내의 죽음과 자신의 퇴직 등을 겪으며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우울했다고 한다. 그를 구원한 것은 4년에 걸쳐 1만2000㎞에 달하는 실크로드를 걸은 시간이었는데, 걷는 동안 자기 몸에 생긴 변화에 관해 이야기한 구절이다.

“허리띠 주위에 부어오른 살이 행군의 추진 장치라고 할 다리와 엉덩이 속으로 근육처럼 변해가는 그 황홀한 연금술을, 움직이는 내 몸 안에서 거의 손으로 만질 듯이 느끼고 있었다. 인간이 서 있도록 지탱해주는 복근이 단단해졌다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나는 완벽하고 날렵하고 유연한 존재로 거듭나고 있었다. 근육이란 약간 자극만 하면 생겨나서, 나이하고는 상관없었다. 몸이 다시 만들어지면서 나도 다시 젊어졌다.”

세상에, 다시 젊어지는 느낌이 들 수 있다니. 나도 그 황홀한 연금술을 향해 제대로 움직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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