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선진국 됐다" 자랑…정부에 곧 '청구서' 날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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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UN 회원국의 만장일치 합의로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며 “국민께서도 피와 땀으로 이룬 자랑스러운 성과라는 자부심을 가져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한 사실을 언급하면서다. 외교부도 “선진국의 위상을 명실상부하게 확인했다”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홍보했다.

UNCTAD는 개도국의 산업화와 국제무역 참여 증진을 돕기 위해 1964년 설립한 UN 산하 기구다. 지난 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 폐막 회의에서 한국을 아시아ㆍ아프리카 개도국 등 99개국이 포함된 그룹 A에서 미국ㆍ일본ㆍ영국 등 선진국 31개국이 속한 그룹 B로 지위를 바꾸는 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UNCTAD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바꾼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IMF는 1991년, WB는 1996년 각각 한국을 선진국으로 지정했다. ‘경제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회원국으로 가입한 것도 1996년이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1497달러로 주요 7개국(G7)인 이탈리아(3만1288달러)를 추월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태극기를 비롯한 국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태극기를 비롯한 국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선진국과 개도국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일관된 기준은 없다. 통상적으로 기대수명ㆍ소득수준ㆍ문맹률 등이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2000년대 들어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이 객관적으로 비교가 가능한 경제적 기준을 만들어 구분하기 시작했다. IMF는 1인당 소득수준, 무역 자유도, 금융 개방성 등을 분류 기준으로 활용한다. WB는 2016년부터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저소득 국가(1025달러 이하), 중하 소득 국가(1026~4035달러), 중상 소득 국가(4036~1만2475달러), 고소득 국가(1만2476 달러 이상)로 국가를 분류한다.

선진국으로의 지위 변경이 현 정부가 직접 신청해 이뤄진 결정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정부는 국제기구에서 개도국 지위가 주는 혜택을 고려해 일부러 선진국으로 지위 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충분한 자격과 조건을 갖췄다고 판단해 처음 선진국으로 지위 변경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선진국 지위를 신청한 뒤 “국제사회가 우리를 선진국으로 인정했다”고 홍보한 셈이다.

선진국으로서 감당해야 할 ‘비용 청구서’가 간단치 않다. 특히 농업에서는 선진국이냐 개도국이냐에 따라 의무 차이가 크다.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는 개도국을 국제 자유무역질서 내로 편입시키기 위해 개도국에 대해 약 150개 특별우대 조치를 시행해 왔다. 선진국은 개도국 대비 관세율과 농업보조금을 대폭 낮춰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 경제 규모는 선진국 수준으로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019년 10월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산물 시장 개방뿐 아니라 저개발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늘리고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등 선진국으로서 국제 사회 의무를 다해야 할 부담이 커졌다”며 “민주주의, 북한 인권 등 국제사회가 중시하는 무형의 가치 수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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