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도 견뎠는데…" 370㎜ 폭우 덮친 3만마리 오리농장 [르포]

중앙일보

입력 2021.07.08 05:00

“금방 그칠 줄 알았는데 죄다 휩쓸어 갔으니 막막하네요.” 

7일 전남 장흥군 용산면 덕암리의 한 오리농장. 농장주 김흥수씨가 진흙투성이가 돼버린 오리 축사를 허탈하게 바라보며 한 말이다. 이틀 내내 쏟아부은 장맛비에 농장에서 키우던 오리 3만5000마리가 폐사해서다.

닭·오리 21만 마리 폐사 이어 논·밭·양식장 피해 잇따라

7일 전남 장흥군 용산면 덕암리의 한 오리농장에서 한 농민이 이틀간 370㎜의 장맛비로 집단 폐사한 오리를 허탈하게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7일 전남 장흥군 용산면 덕암리의 한 오리농장에서 한 농민이 이틀간 370㎜의 장맛비로 집단 폐사한 오리를 허탈하게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집중호우에 속수무책 당해

장흥에는 지난 5일부터 7일 오후까지 384.3㎜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중 5~6일 사이에만 약 370㎜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바람에 김씨의 농장도 물에 잠겼다.

김씨는 “계속된 비로 물바다가 됐던 농장이 잠깐 비가 그친 사이 물이 빠져 모습은 드러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오리는 물 위에 사는 동물로 알려졌지만, 가축용으로 키우는 집오리는 헤엄을 못 치기 때문에 삽시간에 차오른 물에 잠겨 모두 폐사했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김씨는 “간신히 죽은 오리들을 밖으로 빼내고 있는데 진흙과 오물을 빼내려면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르겠다”고 했다.

7일 전남 장흥군 용산면 덕암리의 한 오리농장에서 장맛비로 인한 오리 집단폐사가 발생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7일 전남 장흥군 용산면 덕암리의 한 오리농장에서 장맛비로 인한 오리 집단폐사가 발생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2주 뒤면 출하할 오리인데…”

이번 장맛비로 폐사한 오리들은 출하를 겨우 2주 앞둔 상태였다고 한다. 김씨의 농장은 올해 초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전남에 들이닥쳤을 때도 아무런 피해 없이 오리를 키워왔다.

김씨는 “폐사한 오리들 모두 키운 지 29일 정도 됐는데 출하를 코앞에 두고 변을 당한 것”이라며 “위탁해 키우던 병아리와 사룟값도 변상해야 하는데 오리를 키운 지 11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라 막막하다”고 했다.

김씨의 농장 외에도 전남 지역 곳곳에서 호우 피해가 속출했다. 전남도는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장마로 장흥과 나주, 강진, 무안 등 전남 5개 시·군 13농가에서 닭 15만9000마리와 오리 5만1000마리 등 21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 6일 오후 전남 해남군 황산면 축사가 폭우로 인해 침수돼 있다. 축사 주변이 1m 넘게 침수되면서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지 못한 소들이 축사에 남아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오후 전남 해남군 황산면 축사가 폭우로 인해 침수돼 있다. 축사 주변이 1m 넘게 침수되면서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지 못한 소들이 축사에 남아있다. 연합뉴스

폭우에 가축·작물·양식 피해 잇따라

이번 장마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전남 해남이 최고 532㎜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한 데 이어 ▶진도읍 460㎜ ▶강진 386㎜ ▶장흥 384㎜ ▶고흥 334㎜ 등의 폭우가 내렸다. 이번 비로 축사가 파손되거나 붕괴하는 등 피해를 본 곳은 전남 9개 시·군 115농가에 달한다.

해남과 진도, 고흥, 영암, 광양, 화순 등에서는 논 2만4774㏊와 밭 172.4㏊도 물에 잠기는 등 작물 피해도 속출했다. 강진과 해남, 진도 등 양식장에서는 계속된 폭우로 바다에 민물이 밀려드는 바람에 물의 염도가 낮아져 전복과 양식어류 등이 폐사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6일 오전 전남 광양시 진상면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민가 4채 중 2채가 매몰되고 2채가 반파됐다. 소방당국은 실종자 1명을 구조?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건너편 도로에서 바라본 산사태 현장. 뉴시스

지난 6일 오전 전남 광양시 진상면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민가 4채 중 2채가 매몰되고 2채가 반파됐다. 소방당국은 실종자 1명을 구조?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건너편 도로에서 바라본 산사태 현장. 뉴시스

기록적 물폭탄에 사상자·이재민도 속출 

전남에서는 이번 장마 때 쏟아진 집중호우로 사상자와 이재민도 속출했다. 해남에서는 지난 6일 오전 3시 40분께 해남군 삼산면의 한 주택에서 60대 주민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계속된 장맛비로 범람한 계곡물이 집으로 들이닥쳐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날 오전 6시 4분께 전남 광양시 진상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 2채와 창고 2채가 파손돼 주택 내부에 있던 80대 주민이 숨졌다.

장흥에서는 지난 6일 오후 11시 30분께 수로에서 70대 주민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폭우가 쏟아질 당시 밭 물꼬를 확인하러 외출했다가 급류에 휘말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여수·순천·나주·광양·고흥 등에서는 495동의 주택이 침수했다. 이재민도 471세대 771명 발생해 당국의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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