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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현기의 시시각각

두 후보는 변할까, 안 변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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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현기 기자 중앙일보 도쿄 총국장 兼 순회특파원
김현기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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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2)사람은 변한다. 과연 어느 쪽이 맞을까.

이재명, 여전한 감정 절제 미숙 #윤석열, 칼잡이식 ‘검찰 스타일’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는 것인가

먼저 1)의 논리. 사람의 기본적인 성격은 지능과 마찬가지로 어리거나 젊은 시절 대부분 형성된다. 이후 변해도 그 폭은 크지 않다. 영화 ‘연애의 온도’의 명대사.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만날 확률은 82%. 그런데 그중 잘 되는 사람들은 불과 3%. 결국 나머지 97%는 다시 헤어지게 되는데, 놀랍게도 처음에 헤어졌던 때와 똑같은 이유로 다시 이별을 선택한다.” 그만큼 사람은 변하지 않는 존재라는 것.

반면 2)의 논리. “성(性)은 천성이라 변하지 않지만, 심(心)은 갖는 것이니 늘 변한다.” 보이는 것, 생각하는 것에 따라 마음은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쪽 논리 모두 그럴싸하지만, 개인적으론 나이가 들어갈수록 1)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선 후보 1,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요즘 모습을 보면서도 그렇다.

2018년 6월. 경기지사 당선이 확실해진 이 지사가 각 방송사의 릴레이 인터뷰에 응했다. ‘스캔들’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이 지사는 외쳤다. “대변인! 이거 하고 더 이상 하지 마. 엉뚱한 질문을 자꾸 해서 안 돼. 약속을 어기기 때문에 다 인터뷰 취소야.” 급기야 MBC와의 인터뷰 때 이 지사는 돌연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빼 던져버렸다. 시청자 모두 뜨악했다. 이 지사는 직후 SNS에 “앞으로 수양하겠다”고 썼다.

그리고 3년. “제가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5일), “그런 질문하지 말고 인터넷 열심히 찾아보세요”(6일). 감정 절제가 안 되는 건 변한 게 없었다. 국정운영을 그런 식으로 했다간 큰일 난다.

또 하나. 사실 그의 ‘미군=점령군’ 발언을 들으며 궁금했던 건 그의 역사 인식보다 그의 미래행동이었다. 4년 반 전 국회 토론회 발언을 소환해 본다. “독립국가가 어떻게 외국 군대에 자신의 국가방위를 맡기고 의존할 수 있느냐. (중략) 이번 기회에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하고 그에 대비해 자주국방 정책을 수립해 진정한 자주국가로 태어나야 한다.” 난 그의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입장이 향후 큰 휘발성 이슈가 될 것이라 본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은 변했나? 그의 출마 회견을 본 많은 이는 “마치 검찰 직원 조회에서 훈화 말씀을 하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어떤 분은 “‘범죄 척결’ 대신에 ‘정권 교체’란 말이 바꿔 들어간 듯했다”고 했다. 디지털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지배하는 요즘 시대에 ‘공정’을 도돌이표처럼 외치는 것도 뭔가 구시대적이다. ‘국민 약탈’ ‘먹이사슬’ ‘부패 완판’이란 단어에서도 시쳇말로 ‘나쁜 놈 때려잡고 벌주겠다’는 강한 각오가 엿보인다. 미래보단 과거의 잘못에 초점을 맞추는 검찰식 접근이다. 본인은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고 하지만, 국민을 섬기라고 부른 것이지 칼잡이하라고 부른 게 아니다. 착각해선 안 된다. 윤 전 총장은 장모의 법정 구속에도 “법 적용에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게 제 소신”이라는 말만 했다. 검찰총장이 제 3자의 범죄 얘기하듯 했다. 하지만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는 정치인 윤석열이라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정도의 말은 국민에게 해야 했다.

다시 1) 2)의 논쟁. 논어에 보면 공자의 제자가 이런 질문을 한다. “사람 중에 변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있습니까?” 공자는 답한다. “유상지여하우불이(唯上知與下愚不移·가장 지혜로운 사람과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유지만 하면 되니 더 변할 필요가 없고,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지사, 윤 전 총장 두 사람은 어느 쪽일까. 답은 몰라도 진리는 있다. 본인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란 자신이 없다면,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변해야 할 때는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