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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과 국회 세종의사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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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부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지난 6월 500만 충청인 시선은 서울 여의도로 쏠렸다. 세종의사당 건립 근거인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다룰 상임위도 열지 않았다. 충청인은 “배신감을 느낀다”며 반발했다. 충청권은 “국회법 개정안이 대선 정국에 휩쓸려 오랫동안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한다.

정치권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았다”고 하고, 국민의힘은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의지가 없다”고 한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세종의사당(분원)을 설치하고, 상당수 상임위원회를 세종으로 옮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민주당 홍성국·박완주 의원에 이어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까지 발의했다. 세종의사당 설계비 147억도 확보된 상태다.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보여온 행태 때문이다. 국회 18개 상임위원장도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세종시]

이춘희 세종시장이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세종시]

여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기습적으로 열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설치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교위는 중장기 교육제도 개선과 국가교육과정 기준 수립 등을 담당할 대통령 직속 교육기구다. 야당에선 “정권 성향 인사로 사람을 채울 수 있게 돼 있으며, 교육정책을 알박기하려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언론 규제법’도 곧 강행 처리할 태세다.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 출범 이후 민주당이 단독처리한 법안은 40여건이다. 국민의힘은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할 이유도, 힘도 없다”고 했다.

이번 상황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처리 과정과도 비교된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11월 관련 법안이 발의된 지 불과 92일 만이었다. 반면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해 6월 처음 발의한 이후 1년이 넘었지만, 진전이 없다. 그러자 여당이 균형 발전을 외치면서도 속으론 수도권 주민 눈치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세종의사당 설치 카드를 내년 대선판에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소속인 세종시장과 국회의원은 국회법 처리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한동안 1인 시위를 해왔다. 여당 대권 주자들은 잇달아 세종시를 찾아 “국회가 아니라 수도가 이전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최근 세종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시민들이 긴급 여론조사를 했다. 참여한 세종시민 300명 가운데 81.7%(245명)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무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했다. 이 여론조사 결과에 국회법 개정안 해법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