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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1타 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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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언제부턴가 아무개 팀장은 이따금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귀한 투자 정보를 줄 테니 비밀 단체 대화방에 참여하라는 내용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데 돈 되는 정보를 은밀하게 알려준다니, 감사한 일이다. 고급 정보를 꿰고 있는 아무개 팀장은 이미 큰돈을 벌었을 터다. 헛심 쓰는 개미들이 안타까워 재능기부에 나선 것일까. 선뜻 믿기 어려운 이야기에 신뢰를 더하기 위해, 아무개 팀장은 자신이 ‘투자 1타 강사’로 활동 중이라고 강조한다.

1타 강사는 1등 스타 강사의 준말로 사교육 시장에서 유래했다. 실제로 이 말은 사교육 업계에서 신뢰의 상징이 됐다. 1타 강사는 대입이나 공무원 시험 경향을 꿰뚫고,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사교육 시장은 철저히 1타 강사 위주로 돌아간다. 1타 강사의 수업은 일찌감치 수강신청이 마감되며, 직접 강남의 대형학원을 찾을 수 없는 학생들은 인강(인터넷강의)에 구름떼처럼 몰려든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이 1타 강사의 인강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큰돈이 아닐지 몰라도 저소득층에게는 수십만원의 인강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연간 20조원 규모로 과열된 사교육 시장에서 저소득층 아이들만 소외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에게 사교육 과열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니, 거기에 동참하지 못함을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고 다독이는 것은 공허한 내로남불이다.

서울시가 다음 달부터 서울 런(Seoul Learn) 사업을 시작한다. 강남의 유명학원 1타 강사의 인강을 염가(15% 수준)로 구매해 저소득층 학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일 서울시가 제출한 추경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서울런 사업 예산안도 통과시켰다.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18억원) 분야는 삭감되고 콘텐트 구입(36억원)만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았다.

우려와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다. ‘사교육 시장 배만 불린다’는 이유에서다. 기왕 예산이 확정된 상황에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서울시의 몫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의 이용 만족도나 학업 성취도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내친김에 사교육 과열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해소하면 더 좋겠다. 1타 강사 강의가 원한다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그래서 조금은 덜 특별한 수업이 된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