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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역 완화 서두르다 코로나 4차 유행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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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6월 30일 청와대에서 헌법기관장 초청 오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총리,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명수 대법원장, 박병석 국회의장. 문 대통령은 "K방역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방역 성과를 자랑했으나 공교롭게도 그 직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치솟았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6월 30일 청와대에서 헌법기관장 초청 오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총리,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명수 대법원장, 박병석 국회의장. 문 대통령은 "K방역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방역 성과를 자랑했으나 공교롭게도 그 직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치솟았다.[청와대사진기자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현행 거리두기 2단계를 1주일 더 연장하기로 어제 방침을 정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그제 1212명으로 치솟아 지난해 12월 25일 이후 최다를 기록하면서 비상이 걸린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1주일 찔끔 연장 조치만으로 지금의 확산세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우물쭈물하다 또 실기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강력한 선제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정부, 한 달여 전 완화 밝혀…경각심 해이해져 #방역 조이고, 젊은이들 원정파티 등 자제해야

사실 4차 대유행을 촉발한 작금의 사태는 정부의 방역 상황 오판이 초래한 측면이 강하다. 정부는 한 달 전부터 거리두기를 “7월 1일부터 대폭 완화하겠다”며 홍보에 나섰다.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점은 있지만, 마스크 의무 착용 면제와 자가격리 면제 등의 선심성 카드를 남발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방역 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 국민의 경각심도 덩달아 해이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5부 요인 오찬에서 “K방역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방역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발언 직후 하루 확진자가 800명 선으로 치솟았고, 급기야 4차 대유행의 악몽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김부겸 총리의 당부를 묵살하고 지난 3일 도심에서 8000명이 모이는 대규모 불법 집회를 강행했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사전 경고도 하지 않았다. 어제야 대통령이 “방역조치 위반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천명했지만 뒷북 경고라서 울림이 크지 않다.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방역 당국의 대응 속도를 돌아보면 K방역을 입에 올리기 민망한 수준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돌파감염까지 늘어났는데도 중대본은 거리두기 완화 입장을 한동안 고수했다. 그러다 시행 하루 전날에야 수도권에 한해 1주일 유예를 발표할 정도로 오락가락했다. 이 과정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우려 목소리가 중대본의 의사 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정치 논리가 앞서는 청와대(기모란 방역기획관)와 중대본보다는 과학적 방역을 우선하는 질병청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금으로선 백신을 접종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인구의 약 60%가 백신을 접종한 이스라엘도 다시 마스크를 쓴다. 백신과 방역이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백신 수급 실패로 초래된 보릿고개를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급선무다. 국민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젊은이들이 한밤 야외 술판을 벌이거나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방으로 몰려가 ‘원정 파티’를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희망 고문이 반복돼 국민의 방역 피로감이 큰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정부의 방역 방침에 성심껏 따르는 시민의식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