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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BTS…대한민국 대표 문화유산 VR로 만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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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첫 선을 보인 영화 ‘기생충’을 활용해 만든 VR 콘텐트.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첫 선을 보인 영화 ‘기생충’을 활용해 만든 VR 콘텐트.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커다란 창문으로 볕이 잘 드는 거실. 어디론가 향하는 강아지를 쫓다 보면 어느새 공간은 반지하로 바뀐다. 조금씩 불어나는 물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산수경석을 피해 고개를 돌려보면 시선은 다시 지하실로 향한다. 끝없는 계단을 따라가면 등장하는 비밀공간.

유네스코 ‘한국:입체적 상상’ 전시 #한류 IP 활용해 실감 콘텐트 제작

이 낯설고도 익숙한 장면은 영화 ‘기생충’을 활용해 만든 4분 30초 분량의 가상현실(VR) 콘텐트. 6~16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융복합 실감콘텐트 전시회 ‘한국: 입체적 상상’에서 최초 공개된 대표작이다. 유엔이 지정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 창의경제의 해’에 맞춰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자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유네스코 사무국의 공동주최로 진행됐다.

구범석 감독

구범석 감독

행사를 주관한 한국콘텐츠진흥원 한류사업팀 서희선 부장은 “유네스코로부터 한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실감콘텐트 전시를 하자는 제안을 받고 먼저 떠오른 것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기생충’과 K팝 열풍을 이끄는 방탄소년단(BTS)이었다”며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열린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에서 공개된 ‘DNA’와 ‘쩔어’ 무대를 삼면 LED 큐브 공간에 구현한 확장현실(XR) 콘텐트도 이 자리에서 최초 공개됐다.

‘기생충’ 콘텐트는 한국 VR 기술력의 수준을 보여주는 작품. 할리우드에서 테크니컬 디렉터로 활동하며 영화 ‘반지의 제왕’ 등의 시각특수효과(VFX) 작업에 참여하고, 2018년 세계 최초 4DX VR 영화 ‘기억을 만나다’를 만든 EVR스튜디오의 구범석 이사가 감독했다. 지난달 24일 한국 취재진에게 먼저 작품을 공개한 구 감독은 “각 인물의 시선으로 공간을 살펴보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공간에 따라 기택(송강호), 기우(최우식), 근세(박명훈) 등이 된 것처럼 느끼도록 구성했다.

구 감독은 “영화를 수십차례 돌려보며 계단, 창살 숫자까지 맞추되 스케일을 키우는 등의 방식으로 새로운 공간감을 만들었다. 산수경석 역시 초정밀 과학 스캐너로 본떠서 확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에 등장한 모스부호에 맞춰 무한루핑되는 이야기 구조를 만든다거나 정재일 음악감독이 만든 곡을 재조합하는 등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봉 감독 역시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완전 새로운 체험”이라는 평을 전했다.

이번 파리 전시에서는 이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의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 하다’, 디스트릭트의 ‘플라워’ ‘웨이브’ ‘비치’, 비브스튜디오스의 ‘더 브레이브 뉴 월드’, 태싯그룹의 ‘모르스 쿵 쿵’,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허수아비’, 강이연의 ‘비욘드 더 신’ 등 총 8개 팀에서 12개의 콘텐트를 선보인다. 16일부터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온라인 전시관을 통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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