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보름 앞둔 도쿄올림픽은 ‘지구촌 축제’ 대신 ‘코로나 올림픽’이라 불린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 시국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이 개최를 강행하기 때문이다.
안전개최 주제로 5개국 비정상회담 #일본 방역을 일본인이 가장 걱정 #“콘돔은 마스크와 같은 방역물품” #“힘든 시기, 올림픽이 희망 되주길”
중앙일보는 JTBC 옛 예능 프로그램 ‘비(非)정상회담’ 포맷을 빌려, ‘코로나 올림픽을 걱정하는 나, 비정상인가요?’란 안건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개최국 일본 출신 오오기 히토시(28)를 비롯해 일리야 벨랴코프(39·러시아), 카를로스 고리토(35·브라질), 플로리안 크라프(28·독일), 스테파니 바레토(29·미국) 등 5개국 ‘비정상’들이 마주 앉았다.
- 지금 도쿄행 항공권이 공짜로 주어진다면, 일본에 가겠는가.
- 카를로스: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 갑시다.
나머지 넷: 간다고? 난 안 간다.
- 안 가겠다는 이유는.
- 일리야: 일본은 방역 모범 국가가 아니다. 공항에서 확진 선수가 나오는 등 여러 구멍이 발생했다. 이렇게 큰 이벤트,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행사를 주최하는 데 우려가 없지 않다.
오오기: 맞아. 일본은 확진자와 밀접접촉자의 동선 추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을 보고 있는데 믿을 수 없다. 국민으로서 너무 답답하다.
플로리안: 선수들이 방역 수칙을 잘 지킨다면 찬성할 수 있다. 그런데 해외 관중을 안 받지만, 일본 관중 입장은 최대 1만 명까지 허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과연 통제할 수 있을까. 내가 볼 땐 올림픽은 ‘전 세계 변이 바이러스 전시회’가 될 거다.
- 카를로스만 일본에 가겠다고 한다.
- 카를로스: 개최국을 믿어 봤으면 좋겠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위기 때 얻은 교훈이다. 당시 지카 바이러스(이집트 숲모기를 매개로 감염) 때문에 브라질이 전 세계적으로 욕을 먹었다. 세계적인 선수들 몇몇은 불참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했고, 국민들에게 ‘우린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스테파니: 지카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너무, 완전히 급이 다르다. 코로나로 이미 수백만 명이 죽었다.
- 각국은 올림픽을 어떻게 바라보나.
- 오오기: 일본 국민과 정부, 미디어의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국민은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데 정부는 그렇지 않다. 대회를 반대했던 미디어도 개최를 앞두고 논조가 변한 느낌이다.
일리야: (도핑 샘플 조작으로) 러시아는 국가명 대신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국기도 들 수 없다. 러시아에서는 올림픽이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스테파니: 미국 선수들은 반반 같다. 지난달 G7(주요 7개국) 정상들도 올림픽 개최를 지지했으니 참가하자는 의견도 있고, 팬데믹 시대니 이번에는 나가지 말자고도 한다.
- 지난달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경기장 내 주류 판매를 검토했다가 백지화했다.
- 플로리안: 좋은 결정이다. 경기장 안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면 감염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오오기: 지금 일본 (음식점에서) 술을 제공하지 못한다. 국민은 방역 수칙을 지키며 술을 참고 있는데, 그 와중에 발표가 난 거다.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일본 국민이 반대했다.
- 콘돔 16만개를 준비했지만 배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일리야: 난 반대로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콘돔도 마스크처럼 똑같은 방역 조치다.
스테파니: 경기가 진짜 목표라면 좀 참아야지. 올림픽 기간이 고작 한 달도 되지 않는데.
플로리안: 데이트 하러 도쿄에 가는 거 아니잖아요. 이번 올림픽은 ‘축제’보다는 해결할 게 많은 ‘숙제’ 같다.
- 일본은 왜 올림픽을 강행하는 걸까.
- 플로리안: 한국이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내년에 중국이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개최한다. 중간에 일본만 실패하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오오기: 일본 정부는 IOC와 국민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올림픽을 취소하고 싶어도 배상액이 어마어마하다. 또 정치적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싶을 거다.
- 각국의 올림픽 스타를 소개해 달라.
- 카를로스: 미국에 여자 서퍼인 카리사 무어가 있다더라. 브라질에는 ‘세계에서 서핑을 가장 잘하는 남자’ 가브리엘 메디나가 있다.
오오기: 일본은 유도가 강하지만, 탁구 역시 점점 젊어지고 세지고 있다. 미즈타니 준 등을 응원한다.
- 토론이 끝나간다. 대회 개최를 찬반마음이 바뀌었을까.
- 스테파니·플로리안·일리야: 그대로다.
오오기: (일장기를 조금 올리며) ‘이만큼’에서 ‘요만큼’ 올라갔다. 어차피 열릴 테니, 성공적으로 치렀으면 좋겠다. 카를로스 형의 말을 듣고 희망이 생긴 것 같다.
카를로스: 난 올림픽을 보고 자라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올림픽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됐다. 브라질 시골의 평범한 사람으로서 올림픽은 아주 큰 역할을 해왔다. 힘든 시기에, 스포츠를 통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개최를 찬성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