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올림픽’ 걱정, 비정상인가요?

중앙일보

입력 2021.07.08 00:03

업데이트 2021.07.12 17:50

지면보기

경제 06면

개막을 보름 앞둔 도쿄올림픽은 ‘지구촌 축제’ 대신 ‘코로나 올림픽’이라 불린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 시국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이 개최를 강행하기 때문이다.

안전개최 주제로 5개국 비정상회담
일본 방역을 일본인이 가장 걱정
“콘돔은 마스크와 같은 방역물품”
“힘든 시기, 올림픽이 희망 되주길”

중앙일보는 JTBC 옛 예능 프로그램 ‘비(非)정상회담’ 포맷을 빌려, ‘코로나 올림픽을 걱정하는 나, 비정상인가요?’란 안건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개최국 일본 출신 오오기 히토시(28)를 비롯해 일리야 벨랴코프(39·러시아), 카를로스 고리토(35·브라질), 플로리안 크라프(28·독일), 스테파니 바레토(29·미국) 등 5개국 ‘비정상’들이 마주 앉았다.

각국 ‘비정상’ 들이 도쿄 올림픽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러시아의 일리야, 미국의 스테파니, 일본의 오오기, 독일의 플로리안, 브라질의 카를로스. 장진영 기자

각국 ‘비정상’ 들이 도쿄 올림픽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러시아의 일리야, 미국의 스테파니, 일본의 오오기, 독일의 플로리안, 브라질의 카를로스. 장진영 기자

지금 도쿄행 항공권이 공짜로 주어진다면, 일본에 가겠는가.
카를로스: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 갑시다.

나머지 넷: 간다고? 난 안 간다.

안 가겠다는 이유는.
일리야: 일본은 방역 모범 국가가 아니다. 공항에서 확진 선수가 나오는 등 여러 구멍이 발생했다. 이렇게 큰 이벤트,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행사를 주최하는 데 우려가 없지 않다.

오오기: 맞아. 일본은 확진자와 밀접접촉자의 동선 추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을 보고 있는데 믿을 수 없다. 국민으로서 너무 답답하다.

플로리안: 선수들이 방역 수칙을 잘 지킨다면 찬성할 수 있다. 그런데 해외 관중을 안 받지만, 일본 관중 입장은 최대 1만 명까지 허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과연 통제할 수 있을까. 내가 볼 땐 올림픽은 ‘전 세계 변이 바이러스 전시회’가 될 거다.

카를로스만 일본에 가겠다고 한다.
카를로스: 개최국을 믿어 봤으면 좋겠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위기 때 얻은 교훈이다. 당시 지카 바이러스(이집트 숲모기를 매개로 감염) 때문에 브라질이 전 세계적으로 욕을 먹었다. 세계적인 선수들 몇몇은 불참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했고, 국민들에게 ‘우린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스테파니: 지카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너무, 완전히 급이 다르다. 코로나로 이미 수백만 명이 죽었다.

각국은 올림픽을 어떻게 바라보나.  
오오기: 일본 국민과 정부, 미디어의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국민은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데 정부는 그렇지 않다. 대회를 반대했던 미디어도 개최를 앞두고 논조가 변한 느낌이다.

일리야: (도핑 샘플 조작으로) 러시아는 국가명 대신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국기도 들 수 없다. 러시아에서는 올림픽이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스테파니: 미국 선수들은 반반 같다. 지난달 G7(주요 7개국) 정상들도 올림픽 개최를 지지했으니 참가하자는 의견도 있고, 팬데믹 시대니 이번에는 나가지 말자고도 한다.

지난달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경기장 내 주류 판매를 검토했다가 백지화했다.
플로리안: 좋은 결정이다. 경기장 안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면 감염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오오기: 지금 일본 (음식점에서) 술을 제공하지 못한다. 국민은 방역 수칙을 지키며 술을 참고 있는데, 그 와중에 발표가 난 거다.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일본 국민이 반대했다.

콘돔 16만개를 준비했지만 배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리야: 난 반대로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콘돔도 마스크처럼 똑같은 방역 조치다.

스테파니: 경기가 진짜 목표라면 좀 참아야지. 올림픽 기간이 고작 한 달도 되지 않는데.

플로리안: 데이트 하러 도쿄에 가는 거 아니잖아요. 이번 올림픽은 ‘축제’보다는 해결할 게 많은 ‘숙제’ 같다.

각국 ‘비정상’ 들이 도쿄 올림픽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러시아의 일리야, 독일의 플로리안, 일본의 오오기, 브라질의 카를로스, 미국의 스테파니. 장진영 기자

각국 ‘비정상’ 들이 도쿄 올림픽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러시아의 일리야, 독일의 플로리안, 일본의 오오기, 브라질의 카를로스, 미국의 스테파니. 장진영 기자

일본은 왜 올림픽을 강행하는 걸까.
플로리안: 한국이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내년에 중국이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개최한다. 중간에 일본만 실패하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오오기: 일본 정부는 IOC와 국민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올림픽을 취소하고 싶어도 배상액이 어마어마하다. 또 정치적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싶을 거다.

각국의 올림픽 스타를 소개해 달라.
카를로스: 미국에 여자 서퍼인 카리사 무어가 있다더라. 브라질에는 ‘세계에서 서핑을 가장 잘하는 남자’ 가브리엘 메디나가 있다.

오오기: 일본은 유도가 강하지만, 탁구 역시 점점 젊어지고 세지고 있다. 미즈타니 준 등을 응원한다.

토론이 끝나간다. 대회 개최를 찬반마음이 바뀌었을까.
스테파니·플로리안·일리야: 그대로다.

오오기: (일장기를 조금 올리며) ‘이만큼’에서 ‘요만큼’ 올라갔다.  어차피 열릴 테니, 성공적으로 치렀으면 좋겠다. 카를로스 형의 말을 듣고 희망이 생긴 것 같다.

카를로스: 난 올림픽을 보고 자라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올림픽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됐다. 브라질 시골의 평범한 사람으로서 올림픽은 아주 큰 역할을 해왔다. 힘든 시기에, 스포츠를 통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개최를 찬성한 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