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가시 돋친 말

중앙일보

입력 2021.07.08 00:03

지면보기

경제 04면

대선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며 거침없는 발언들이 쏟아진다. 작심한 듯 포문을 열고 상대 후보는 맞받아친다.

이를 두고 “대선주자 간 가시 돋힌 설전이 벌어졌다” “회동 내내 폐부를 찌르는 듯한 가시 돋힌 말들을 주고받았다”처럼 흔히 이야기한다. 말속에 상대를 공격하는 의미나 내용이 들어 있을 때 ‘가시 돋히다’와 같이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가시 돋친 설전’ ‘가시 돋친 말들’로 바루어야 한다.

‘날개 돋히다’도 마찬가지다. “제습기 등 장마 대비 제품들이 날개 돋힌 듯 판매되고 있다”처럼 사용하면 안 된다. ‘날개 돋친’으로 고쳐야 바르다. 상품이 인기가 있어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갈 때 ‘날개 돋치다’와 같이 표현한다.

우리말에 ‘돋히다’란 동사는 없다. ‘돋히다’는 ‘돋다’에 피동의 뜻을 더하는 접사 ‘-히-’가 붙은 꼴인데 이런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막다’ ‘뽑다’에 ‘-히-’를 붙여 피동사 ‘막히다’ ‘뽑히다’로 쓰는 것처럼 ‘돋히다’도 맞는 말이라 생각하기 쉽다. ‘돋다’는 스스로 일으키는 작용에 의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므로 ‘-히-’를 붙여 피동 표현을 만들 수 없다. 피동이 되려면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 가령 소름은 자신의 몸에 생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의해 돋아나는 게 아니다.

‘돋치다’는 ‘돋다’에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사 ‘-치-’를 붙여 만든 단어다. ‘밀치다’ ‘넘치다’도 ‘밀다’ ‘넘다’에 ‘-치-’가 붙은 형태다. ‘가시가 돋다’ ‘날개가 돋다’를 강조해 이르는 말은 ‘가시가 돋치다’ ‘날개가 돋치다’로 표현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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