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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 수수료가 7920만원, 부동산중개소 개업 3년새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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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서대문구의 40대 주민 이모씨는 최근 살던 아파트를 팔고 같은 단지 내 더 넓은 평형으로 이사했다. 이씨는 중개수수료율을 0.5%까지 낮춰주겠다는 공인중개사에게 매수와 매도 거래를 한꺼번에 맡겼다. 수수료율을 낮췄지만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1200만원을 공인중개사에게 줬다.

집값 폭등에 올해 개업 7922명 #서울 아파트 평균 수수료 1000만원 #“중개사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불만 #정부, 수수료율 개편안 조율 중

그는 “포털사이트 등에 아파트 가격이 거의 다 나와 있고 매수·매도 대기자도 많아 공인중개사가 계약서 작성 외에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잠깐 사이에 1200만원을 챙기는 것을 보고 맘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과 전셋값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부동산 중개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거래 금액의 일정 비율을 중개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집값이 높아질수록 수입도 많이 늘어난다.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6월 KB부동산 기준)을 넘어서면서 아파트 거래자가 거래 한 건당 1000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부 초고가 아파트 거래의 경우 중개수수료가 대기업 근로자의 연봉과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지난 4월 80억원에 거래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80평)에 현행 최고 요율인 0.9%를 적용하면 중개수수료(부가세 포함)는 7920만원이 된다.

공인중개사 개폐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공인중개사 개폐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렇게 거래 한 건당 챙길 수 있는 수입이 늘어나면서 공인중개사의 개업은 늘고, 휴·폐업은 줄고 있다. 중앙일보가 7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통해 받은 ‘공인중개사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 신규 등록한 공인중개사 숫자는 7922명이다. 하루에 52명꼴로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폐업을 한 공인중개사는 4791명, 휴업은 346명이다. 개업이 휴·폐업보다 1.54배 더 많았다. 공인중개사의 휴·폐업 대비 개업 비율을 2018년부터 연도별로 조사해 본 결과 2018년 1.12배, 2019년 1.01배, 2020년 1.27배여서 올해(1.54배)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의 개업과 휴·폐업 비율은 집값 상승률, 거래량 등의 부동산 지표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중개 시장의 호황은 역설적으로 소비자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개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2월 중개수수료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중개수수료 체계가 바뀌는 건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먼저 국민권익위원회가 설문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했고, 국토교통부에 개편을 권고했다. 이를 토대로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 중개업계, 소비자단체 등과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개선안은 권익위가 마련한 네 가지 안 가운데 국민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2안이 뼈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안은 고가 주택 기준을 매매의 경우 12억원, 전세는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매매 9억~12억원 구간을 신설해 요율을 0.7%로 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10억원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현재 기준으로는 900만원을 내야 하지만 바뀐 기준으로는 550만원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수수료가 인하되는 방향으로 개편되면 공인중개사의 수입은 크게 줄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전국 아파트 실거래(매매, 임대차 포함) 161만 건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해 보니, 권익위 안대로라면 중개수수료 기대수익은 최대 3885억원 줄어든다. 2019년 기준(국토부 통계) 전국 개업 공인중개사는 10만6699명인데, 공인중개사 1명당 연간 365만원(4290만→3925만원)의 기대수익이 감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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