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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피살 "사저 침입한 괴한들이 총 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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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EPA=연합뉴스]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EPA=연합뉴스]

카브리해 섬나라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53) 대통령이 괴한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이티의 클로드 조제프 임시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7일 새벽 1시쯤 신원 불명의 사람들이 모이즈 대통령의 사저를 침입한 뒤 총을 쏴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조제프 임시총리는 “침입자 중 일부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했다”며 “가증스럽고 비인간적이며 야만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으로 모이즈 대통령의 부인도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모이즈 대통령 자택 주변에는 경찰과 군이 배치돼 있으며, 여러 정부 기관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조제프 임시총리는 피살된 모이즈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 운영을 맡는다.

인구 1100만 명의 아이티는 1804년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뒤 오랜 기간 정치적 혼란과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최빈국으로 꼽힌다. 정부의 부패와 무능으로 불안정한 치안이 극에 달했고, 지정학적으로 자연재해에 취약해 지진과 허리케인 등에 시달렸다.

2010년 1월에 발생한 규모 7.0의 대지진은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무너진 보건 체계 속에 아이들이 진흙에 소금을 넣어 구운 ‘진흙 쿠기’를 먹던 모습이 세상에 알려져 전 세계에서 구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모이즈 대통령은 2015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부정 시비로 2017년 2월에야 취임했다. 이후 극심한 정치적 대립으로 2018년 예정된 총선이 연기되고 의회가 해산되며 혼돈의 상황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모이즈 대통령의 임기 종료 시점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국 혼란이 더욱 심해졌다. 경제난 해결과 모이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조직 범죄 집단의 활동으로 사회 불안이 심화됐다.

모이즈 대통령 피살 소식에 국제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아이티와 국경을 맞댄 도미니카공화국은 광범위한 혼란을 피하고자 국경을 폐쇄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끔찍한 비극”이라며 “아이티 국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아이티에서 인권 침해, 억압, 언론 통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에 갱단과 폭력 확산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날 “혐오스러운” 암살 소식이라며 아이티 국민에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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