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에서 빼"…美中갈등에 등터진 디디추싱 20% 폭락

중앙일보

입력 2021.07.07 17:20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디디추싱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디디추싱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에 입성한 중국 정보통신(IT) 기업의 주가가 6일(현지시간)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내렸다. 중국 당국이 자국 IT 기업 길들이기에 나선 영향이다. 중국 기업의 '공산당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의 강펀치를 제대로 맞은 곳은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다. 중국의 사이버 감독기구인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지난 4일 디디추싱 앱을 모든 앱스토어에서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개인정보 수집·사용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이유다. 지난 2일 디디추싱을 국가안보 위반 혐의로 심사하겠다고 밝힌지 이틀 만이다.

중국발 충격에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디디추싱 주가는 전 거래일(2일) 보다 19.58% 하락한 주당 12.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뉴욕 증시에 이름을 올린 뒤 엿새만에 공모가(14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총 44억달러(5조원)의 투자자금을 모으며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중국 기업 최대 규모의 상장 기록을 썼지만 체면을 제대로 구긴 것이다.

디디추싱 주가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디디추싱 주가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미·중 데이터 전쟁 속, 뉴욕 행 '괘씸죄'

중국 베이징의 한 시민 스마트폰에 설치된 디디추싱과 만방그룹, BOSS즈핀의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모습.[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한 시민 스마트폰에 설치된 디디추싱과 만방그룹, BOSS즈핀의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모습.[AP=연합뉴스]

뉴욕 증시에서 비틀거리는 중국 기업은 디디추싱만이 아니다. 화물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만방그룹(滿幇集團)과 온라인 구인·구직 서비스 BOSS즈핀(BOSS直聘)도 이날 각각 6.68%, 15.95% 하락했다. 디디추싱과 함께 지난달 뉴욕증시에 상장한 두 회사도 CAC가 안보 심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개인 정보 보호 규정 위반·국가안보 위협'이 조사의 이유다.

중국 당국이 뉴욕행을 택한 기업을 콕 집어 규제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미·중 양국의 '데이터 전쟁'이다. 미국과 중국의 고래 싸움에 새우(중국 기업) 등이 터지는 형국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에 미 당국의 회계감사 등을 의무화하는 등 상장규칙을 강화하고 있다. 미 정부의 데이터 접근을 허용해야 하고, 거절하면 상장 폐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중국은 이런 상황이 ‘데이터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객 위치정보를 다루는 디디추싱 등 중국 내 플랫폼 기업의 민감한 데이터가 뉴욕증시 상장으로 미국 정부나 해외 대주주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은 지난 6월 중국 기업이 외국 정부에 데이터를 제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데이터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나아가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에게 상하이·선전 또는 홍콩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도록 유도해왔다.

때문에 뉴욕 증시를 택한 디디추싱과 BOSS즈핀, 만방그룹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루샤오멍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규제는) 중국 지도부가 해외 상장에 불편함을 보인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규제 고삐 죄는 중국 “美 증시 상장 막는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디디추싱 사건을 계기로 중국 공산당은 규제의 고삐를 더 죄고 있다. 7일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해외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은 기존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승인 이외에 CAC의 인터넷 보안 심사도 받도록 법을 개정하고, 위반 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을 지시했다. 향후 중국 기업의 IPO 길을 막으려는 의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증시 상장을 준비하던 중국 기업들이 IPO 절차를 중단하거나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중국의 기술 엘리트는 정치권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전했다.

반(反)독점 기치, 플랫폼 기업 손보기 맥락 

중국 당국의 '플랫폼 기업 손보기'의 연장선에서 디디추싱 등에 대한 압박을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0월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금융시장을 비판한 뒤 IT 기업에 대한 고삐를 죄고 있다.

올해도 최우선 정책 과제로 ‘반(反)독점 강화와 자본의 무한한 확장 방지’를 내세웠다. 빈부 격차 해결에 고심이 큰 중국은 2035년까지 ‘공동부유(共同富裕ㆍ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소득분배 제도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이 일환으로 디디추싱 등 IT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CNBC 방송은 “마윈의 발언 전후로 중국 당국은 플랫폼 기업이 규제 없이 쉽게 성장했다며 단속에 들어갔다”며 “디디추싱 조사도 이 맥락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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