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두산 마운드, 이용찬이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7 15:19

두산에서 13년간 뛰다 올해 NC에서 새 출발한 투수 이용찬 [뉴스1]

두산에서 13년간 뛰다 올해 NC에서 새 출발한 투수 이용찬 [뉴스1]

김태형(54)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감독은 5월 19일 오후 8시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투수 이용찬(33·NC 다이노스). 김 감독은 당시 "선수 이름이 화면에 뜬 걸 보고 '어디 다른 팀에 갔구나' 싶더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계약이 일찍 원만하게 성사됐다면 좋았겠지만, 선수 나름의 생각이 있었을 거다. 떠난 선수 얘기를 해서 뭐하겠냐"며 애써 말을 아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사령탑에게 이적 인사를 한 이용찬은 그 후 한 달 반이 흐른 지난 6일 잠실 두산전 마운드에 올랐다. NC가 7-2로 앞선 7회말 2사 1·3루 상황이었다. 그는 이날 두산이 아닌 NC 투수로서 공을 던졌다. 1루쪽 두산 관중석을 향해 모자를 벗고 인사도 했다. 결과는 1과 3분의 2이닝 2피안타 무실점. 두산 더그아웃은 옛 동료에게 만감이 교차하는 박수를 보내야 했다.

이용찬은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2007년 1차 지명으로 입단했고, 2009년 세이브 1위에 오르면서 최우수 신인선수(신인왕)로 뽑혔다. 13년간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두산 마운드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금은 NC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는데도 시즌 종료 뒤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행사했다. 구단들은 올 시즌 중순에야 뛸 수 있고 수술 이력이 두 차례 있는 투수에게 선뜻 영입 제안을 하지 않았다. 보상선수(20인 보호선수 외 1명) 부담도 컸다.

결국 무적(無籍) 상대로 개막을 맞은 이용찬은 공개 쇼케이스까지 개최하면서 소속팀을 찾기 위해 애썼다. 원 소속팀이 느긋하게 상황을 관망하는 동안, 하필 두산과 순위 경쟁을 하던 NC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동욱 NC 감독이 이용찬에게 관심을 보이자마자 프런트가 속전속결로 계약을 완료했다. 3+1년 최대 27억원 규모였다.

두산은 이용찬의 보상선수로 투수 박정수를 지명해 쓰린 속을 달랬다. 그러나 박정수는 두산의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큰 돈을 들여 잡은 내부 FA 허경민과 정수빈도 지난해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그 사이 두산은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5할 승률이 무너지면서 7위까지 내려갔다.

설상가상으로 요즘 마운드 상황이 썩 좋지 않다. 붙박이 선발투수였던 유희관이 올 시즌 부진으로 2승(5패)밖에 올리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8.15나 된다. 토종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이영하도 1승 4패(평균자책점 9.82)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불펜 투수들은 줄줄이 다치거나 부진하다. 마무리 투수 김강률이 지난달 2일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불펜 필승조의 핵심인 언더핸드 박치국은 지난달 26일 팔꿈치 통증으로 두 번째 이탈했다. 올 시즌 내 복귀도 장담할 수 없다. 이승진은 5월까지 평균자책점 1.42로 역투했지만, 6월 이후 급격한 난조를 보여 지난 3일 2군에 갔다. 이런 상황에서 맞닥뜨린 '건강한 이용찬'은 두산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김태형 감독은 7일 "올 시즌을 별로 돌아보고 싶지 않다. 성적에 그대로 나와 있지 않나. 하지만 투수들이 후반기에 정상적으로 돌아온다면, 충분히 더 위를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이다. 남은 경기는 더 잘 준비해서 (앞으로) 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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