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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서울밖에 없나”…이건희 미술관 입지 선정에 지역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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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5월 13일 오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건희 미술관의 부산북항 유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5월 13일 오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건희 미술관의 부산북항 유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7일 ‘(가칭)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이건희 기증관)’ 후보지로 서울 용산과 송현동을 선정하자 부산·대구·경남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박형준 “이러고도 균형발전 말할 수 있나”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의 관료 행정이 얼마나 서울 중심주의와 수도권 일극 주의에 물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안”이라며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국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무시와 오만 행정의 극치다. 이러고도 균형발전을 입에 올릴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박 시장은 “지역민의 심판이 두렵다면 그릇된 결정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바로 잡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부산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꿈을 반드시 구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박형준 부산시장이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부산시 “국립미술관 70% 수도권” 

부산시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후보지 선정 결과는) 지역을 무시한 것이고, 최소한의 공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함과 동시에 강력히 반발한다”고 밝혔다.

부산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세워진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 21개소 중 8곳(38%)이 수도권에 있고 국립미술관 4곳 중 수도권에 3곳, 청주에 1곳 있다. 이번 ‘이건희 기증관’이 서울에 건립된다면 전체 80%의 국립미술관이 수도권에 들어서게 된다.

또 올해 완공될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2024년 지어질 국립한국문학관 또한 인천과 서울에 건립될 예정이다.

부산시는 지난 5월부터 문화 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이건희 기증관을 달라고 요구해왔다.

대구도 “정부가 강조해 온 문화 분권, 균형발전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유치를 신청했던 다른 지자체들과 연대해 부당한 입지선정에 공동 대응하겠다”면서 “비수도권 대상, 공정한 절차에 따라 대상지를 다시 선정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과 진주시는 발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추진위원회는 이날 낸 성명서에서 “오늘 문체부 발표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최우선적 국정과제로 표방해온 현 정부의 자기부정이며,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는 망국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공화국을 부추겨 전국을 수도권과 지방으로 양분하는 분열정책은 국가발전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이건희 회장의 숭고한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서울공화국에 지방 멸절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는 이 엄중한 지점에서, 어떤 것이 진정 국가의 장래를 위한 실리의 길인지 헤아리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이번 발표는 문화균형발전을 간절히 염원하는 우리 시와 많은 지자체에 허탈감을 안겼다”고 말했다.

경남도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감 표명을 했다. 경남도는 입장문에서 “정부는 국립현대미술관 남부관 건립을 비롯한 국립문화시설 확충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주길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더는 지방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과 기대, 국민의 문화 기본권 향상과 문화 분권에 대한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을 끌어내기 위해 (경남도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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