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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연평도 사망 공무원 채무 발표 등은 인권침해”

중앙일보

입력

피격 공무원 유족이 지난해 11월 인권위에 진정을 내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격 공무원 유족이 지난해 11월 인권위에 진정을 내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9월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 관련해 “해양경찰청이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고인과 유족의 인격권과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사망한 공무원의 아들이 지난해 11월 제기한 진정에 대한 판단이다. 진정인은 당시 “해양경찰청이 중간수사를 발표하면서 고인에 대해 ‘정신적 공황’이라고 표현하고, 월북의 증거라며 피해자의 금융거래내역과 채무총액 등을 언론에 공개한 건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해경 측은 “어업지도선 실황조사, 표류예측 분석결과, 국방부 방문 확인사항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며 “유족 측이 ‘피해자가 실종 직전까지 꽃게 구매대행을 하며 돈을 벌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월북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 도박횟수, 금액, 채무상황 등을 공개하는 건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또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선 “여러 전문가의 자문 의견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중간수사 발표 당시 해경이 발표한 피해자의 채무 금액은 수사에서 확인된 액수와 상당한 차이가 있어 충분한 자료나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발표라 볼 수 없다”며 “채무 상황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이면서 명예와도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국민의 알권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정신적 공황 상태’라는 의견은 일부 자문가의 의견으로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경청장에게 “당시 수사 발표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실무를 관장했던 해경 수사라인 관계자에 대한 경고 조치를 하고, 실종·변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해경청 관계자는 “인권위 결정문을 검토한 뒤 추후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진정인은 “월북 감행 시 사살하기도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진정도 함께 냈다. 인권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단순히 정치적 주장을 한 것에 불과해 이를 국회의원 업무수행과 관련된 인권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각하했다.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 연합뉴스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 연합뉴스

고인의 친형 이래진(55)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인권위의 이런 판단은 당연한 결과”라며 “해경은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을 빠르게 공표하는 등 망자를 향한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했다. 이씨는 “이후엔 검찰 등 수사기관과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할 것”이라며 “해경청장을 비롯해 인권위로부터 각하 판단을 받은 국회의원 등에 대한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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