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표낸 이광철 계속 출근하는 이유가 "국민 위해서"라는 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청와대가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사표를 받고도 그를 계속 출근시키는 이유에 대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 수사팀은 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조처 과정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기소 했다. 연합뉴스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 수사팀은 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조처 과정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기소 했다. 연합뉴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비서관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이유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이 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으니 실질적 사표가 수리됐다고 보는 게 맞다”며 “사의는 즉각 수용하되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그러면서 “다만 김기표 (전)반부패비서관이 사표를 냈고 (민정수석실 산하) 4명의 비서관 중 2명이 그만두게 돼 대통령이 업무의 연속성 문제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청와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그런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사표 수리를 늦춘 이유가 “국민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비서관은 지난 1일 김학의 전 법무 차관의 불법 출금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되자 사표를 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 뒤 “사의를 수용한다”면서도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 이 비서관의 사표 수리를 유예하는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이 비서관은 기소된 상황에서 청와대에서 계속 정상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는 “이 비서관의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언제 후임자가 정해질지는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 이 비서관은 청와대 민정비서관 직을 유지한 채로 재판을 받게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국민 여론 때문에 사의는 받고, 일은 계속 시키는 '꼼수'란 비판이 제기된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3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3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비서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임용됐다. 그동안 조국ㆍ김조원ㆍ김종호ㆍ신현수ㆍ김진국 등 민정수석들이 줄줄이 교체됐지만, 그는 민정비서관직을 지켰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4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의 경우 사표조차 받지 않고 있다. 의사 출신인 이 실장이 코로나 방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유다. 그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핵심참모 그룹으로 구성된 ‘광흥창팀’에서 ‘문재인 케어’ 정책 설계에 관여한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5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사건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5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사건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와 달리 부동산 투기 논란 끝에 사표를 쓴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의 사표는 즉각 수리했다. 이를 놓고 여권에서도 “측근과 그렇지 않은 인사들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문 대통령은 핵심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에 대한 거취 결정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대표적 사례가 김상조 전 정책실장과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코로나 백신 확보 관련 논란을 비롯해 부동산 정책 실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거취 관련 논란 등의 책임을 지고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의 사표만 반려했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코로나19 방역 등 현안이 많아서 정책실장을 교체할 때가 아니다”라는 이유였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이 언급한 정책현안은 당장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사실상 임기말까지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는 김상조 실장 체제를 가져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대통령비서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3월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퇴임 인사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비서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3월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퇴임 인사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3월 LH사태로 부동산 투기 논란이 확대된 상황에서 김 전 실장이 보증금 상한폭을 5%로 제한한 전ㆍ월세 상한제 시행 이틀 전 전세 보증금을 14%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그런 뒤에야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LH 직원들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에 몰렸던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표 수리 역시 “2ㆍ4 대책 관련 입법 이후”까지 미뤘다. 변 전 장관은 후임자인 노형욱 현 장관이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강행된 5월 중순까지 장관직을 유지했다.

현재 정치권에선 계속된 인사 관련 논란과 관련해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박수현 수석은 “청와대 검증은 완결이 아닌 1/3이고, 언론이 1/3을, 청문회 등 국회가 1/3을 담당한다”며 “국민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와 언론, 국회가 하나의 검증팀이라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좋은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김 수석에 대한 경질론에 선을 긋고 있는 이유 역시 ‘국민을 위한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는 뜻이다.

김외숙 인사수석이 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외숙 인사수석이 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 수석은 과거 ‘법무법인 부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30년 인연이 있는 인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