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흑자 행진…5월 경상수지, 5개월만에 100억 달러대 흑자

지난 5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국제 경기가 회복세 속 국내 기업의 수출이 늘면서 5월 경상수지가 5개월 만에 100억 달러대 흑자를 기록했다. 13개월 연속 흑자 행진도 이어갔다.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에서 받은 배당 소득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1년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5월 경상수지는 107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115억 달러) 이후 5개월 만에 흑자 규모가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5월부터 13개월 연속 흑자도 기록 중이다. 1년 전(22억4000만 달러)보다 경상수지가 85억2000만 달러가 늘어나며 흑자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경상수지 흑자를 이끈 것은 상품수지다. 지난 5월 상품수지는 63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26억1000만 달러)보다 흑자 폭이 37억5000만 달러 확대됐다.

이는 수출이 수입보다 늘어난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수출은 503억5000만 달러를 기록해 1년 전(337억8000만 달러)보다 165억6000만 달러가 늘었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며 석유제품(160.2%), 승용차(92.0%), 화공품(58.8%), 반도체(23.7%) 등 대부분 품목의 수출이 1년 전보다 늘어난 덕이다.

경기 회복 속 수입도(439억8000만 달러)도 1년 전(311억7000만 달러)보다 128억1000만 달러 늘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등이 상승하면서 석유제품(178.9%), 원유(165.8%), 비철금속(69.9%), 광물(59.7%) 등의 수입이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국내 경기도 회복되며 소비심리가 살아나 승용차(49.6%), 가전(17.4%) 등의 소비재가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

경상수지 100억 달러 흑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 5월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54억9000만 달러)는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에서 받은 배당 수입이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1년 전(5억5000만 달러)보다 흑자 폭이 무려 49억4000만 달러가 늘었다. 지난 4월에는 국내 상장기업이 외국인에게 지급하는 배당이 늘면서 본원소득수지(-19억5000만 달러) 적자였지만 한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른 나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의 이동을 제한하는 '셧다운'을 풀면서 (해외 현지법인의) 수익성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괜찮아졌다”며 “이러한 기업의 수익금을 (배당금 지급을 통해)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온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년 적자인 서비스수지(5억6000만 달러)는 적자 폭을 줄였다. 적자 규모는 1년 전(-6억5000만 달러)보다 9000만 달러 줄었다. 이는 해상화물 운송수입이 늘면서 운송 수지(11억9000만 달러)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한 덕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선박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년 전보다 284.4%가 뛰며 운송수입(35억7000만 달러)이 운송 수지 흑자 폭을 키웠다.

코로나19 영향 속 여행객 감소로 여행수지는 7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 자산(자산-부채)은 83억8000만 달러 증가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직접투자(34억4000만 달러)가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8억4000만 달러) 증가 폭보다 컸던 영향이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권투자도 43억8000만 달러 증가했지만,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되려 15억 달러 감소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