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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핸드폰사진관]소리를 들으면 몸을 흔드는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중앙일보

입력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산왕물결나방 애벌레를 처음 봤을 때,
마치 외계에서 온 생명체 같았습니다.

아주 긴 데다,
희한하게 꼬인 더듬이 때문에 더 그리 보였습니다.

산왕물결나방

산왕물결나방

지난주 소개한 산왕물결나방,
날개에 아주 독특한 물결 문양을 품은
그 산왕물결나방만큼이나 독특한 애벌레를 만난 겁니다.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이강운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그 긴 무엇이
더듬이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그것에 놀라운 생존전략의 비밀이
담겨 있었습니다.

과연 그게 무엇일까요?

"돼지 꼬리처럼 꼬불꼬불한 그것을 필라멘트라 합니다.
옛날 텅스텐 전구의 필라멘트와 흡사하죠.
가슴에 두 쌍, 꼬리에 한 쌍씩 모두 6개인데요.
이건 자기가 커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어요.
천적보다 더 커 보이게 해서
자신을 지키려는 일종의 방어전략인 거죠."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처음엔 이리 미동도 없이 나무 아래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가가 동영상을 찍으며 말을 하니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얘들이 소리에 반응하는 겁니다.
사람이 말을 할 때마다 고개를 도리도리했습니다.
소리에 반응하는 애벌레라니 참 특별난 친구들인 겁니다.
(동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소리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
참으로 특별납니다.)

이강운 박사가 이런 행위를 쉐이킹이라고 일러줬습니다.
"옆에 누가 간다든가,
건드린다든가 했을 때,
전체적으로 다 같이 움직이는 쉐이킹을 하는 거죠.
마치 큰 물결이 일듯이 막 이렇게 움직여서
자기네들을 보호하는 그런 특별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죠."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필라멘트와 쉐이킹,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생존전략인 겁니다.
사실 나비나 나방의 애벌레들은
천적에겐 아주 좋은 먹이입니다.
움직임이 둔하니 거의 무방비 상태인 거죠.

그 상태에서 살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이 친구는 필라멘트를 만든 겁니다.
그런데 이 필라멘트는 오래지 않아 사라집니다.
애써 만든 필라멘트를 떼는 이유가 뭘까요?

"땅속에 들어가서 번데기를 만들어야 하는 애입니다.
땅속에 들어갈 때,
그 필라멘트가 있으면 거추장스럽잖아요.
그러니 맨 마지막 단계에서 저 필라멘트가 싹 없어져요.
땅속에 들어가기 좋게 아주 매끈한 몸매로 또 바뀌죠.
다른 중에 비해서는
자기를 방어하는 메커니즘이
여러 가지로 발전돼있는 게
산왕물결나방 애벌레입니다."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산왕물결나방 애벌레

알에서 갓 나온 애벌레를 만났습니다.
1cm 남짓인 어린 애벌레도 필라멘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을 몸에 품고 나오는 겁니다.

산왕물결나방

산왕물결나방

이렇듯 크기 13cm,
화려한 물결 문양의 산왕물결나방이 되기까지
그들은 살아내기 위한 나름의 생존전략이 있습니다.

꼬불꼬불 필라멘트를 만드는 것도,
소리에 따라 몸을 흔드는 것도,
애벌레 막바지에 필라멘트를 떼는 것도,
모두 다 그들의 생존전략인 겁니다.

핸드폰사진관은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곤충 방송국 힙(Hib)과 함께
곤충을 포함한 생물 사진과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촬영 업로드 합니다.

자문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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