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가 고래 삼켜"…대우건설 인수 나선 '벌떼입찰' 중흥건설

중앙일보

입력 2021.07.07 05:00

중흥건설 사옥. 중앙포토

중흥건설 사옥. 중앙포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

계열사 동원 LH공공택지 대거 확보
LH공공택지의 10%를 중흥이 차지
지역 건설사서 10년만에 메이저 인수

지난 5일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불과 10여년 전 광주·전남의 지역 건설사였던 중흥건설의 급성장이 그만큼 놀랍다는 얘기다.

2014년 5조5650억원이던 중흥건설(그룹)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9조2070억원으로 65.4%(공정거래위원회 자료) 늘었다. 2019년 창업주 정창선 회장의 차남 정원철 대표가 자산 3조원가량의 시티건설을 분가해 나간 것을 고려하면 그룹 자산 규모는 6년 새 두 배 이상 껑충 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고래-새우' 비유에는 향후 인수와 경영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섞여 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 호반건설의 사례에서 보듯 체급 차이가 나는 대형 건설사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매각 관련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우건설 매각 관련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세종시 개발사업 발판으로 급성장

정창선 회장은 19세에 현장직인 목수로 처음 건설업에 발을 들였다. 40대에 들어선 1983년 지인들과 함께 중흥건설의 모태가 된 금남주택을 창업했다. 지역 건설사 중흥건설이 폭발적 성장을 이룬 계기는 세종시 공공택지 개발 사업이었다. 중흥건설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세종시에 공급한 아파트는 12개 단지, 1만3000가구에 이른다. 이를 통해 2011년 2103억원이던 매출이 3년 만에 6372억원(2014년)으로 3배가량으로 뛰었다. 중흥건설은 이후 다른 공공택지 개발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큰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대규모 공공택지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편법 논란도 불거졌다. 페이퍼컴퍼니(실체가 없는 서류상의 회사) 계열사를 대거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이른바 '벌떼 입찰' 방식을 쓰면서다.

2019년 송언석 의원(무소속)을 통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08~2018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공공택지 473개 필지 가운데 중흥건설이 전체의 9.9%인 47개를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체 건설사 중 1위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 중흥건설 계열사는 2516차례나 입찰에 참여했다. 이렇게 확보한 필지를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일부 계열사에 몰아주기도 했다. 계열사뿐 아니라 협력사도 입찰에 참여시켜 이후 전매를 통해 용지를 확보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19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2008년에서 2018년까지 LH 공공택지에서만 7조3634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수익은 1조9019억원, 수익률은 26%에 달했다. LH의 1개 필지에서 평균 400억원가량의 이익을 거둔 셈이다.

중흥건설그룹 계열회사수 변화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흥건설그룹 계열회사수 변화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벌떼 입찰'이 문제가 되면서 국토교통부와 LH는 이후 공공택지 입찰 신청자격과 전매 규정을 뒤늦게 강화하기도 했다.

중흥건설은 복잡한 지배구조와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공정위의 주시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18년 공정위 실태조사에서 중흥건설은 조사 대상 60개 기업집단, 1779개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내부 거래 비중(27.4%)을 기록했다. 또 2019년에는 내부거래 공시의무 위반으로 조사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15건(과태료 7100만원 결정)이 적발됐다.

내부거래의 중심에는 정 회장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흥토건이 있었다. 중흥토건 매출액의 상당 부분이 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중흥주택 등 관계사에서 나왔다.

2008~2018년 공공택지 분양 관련 자료. [경실련]

2008~2018년 공공택지 분양 관련 자료. [경실련]

2019년7월~2012년3월 LH공공택지 낙찰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9년7월~2012년3월 LH공공택지 낙찰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9조2070억원의 그룹 자산총액 가운데 중흥건설이 8539억원, 중흥토건이 2조4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중흥토건이 지배하는 계열사를 포함하면 3조7587억원에 달한다. 중흥토건의 2011년 자산총액은 연결 기준 313억원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10배가 불어났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부거래를 통해 중흥토건의 규모를 키워 정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대우건설 인수 역시 사실상 중흥건설이 아닌 중흥토건이 주도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대우건설 인수 자금 문제없다" 

대우건설

대우건설

중흥의 대우건설 인수에서 1차 관건은 자금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에 성공했지만 막대한 자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승자의 저주'에 빠진 전례 때문이다.

중흥 측은 일단 인수 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창선 회장은 지난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4조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1조원 이상을 들여 대기업 한 곳을 인수한 뒤 나머지 3조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해야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흥건설은 6일 대우건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시적으로 차입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흥그룹은 "내년까지 유입될 그룹의 영업 현금흐름으로 단기 브릿지론은 대부분 상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vs 중흥건설그룹.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우건설 vs 중흥건설그룹.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자금 문제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우건설 임직원의 반발도 그중 하나다. 대우건설 노조는 6일 매각 과정의 투명성·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앞으로 실사 저지 및 총파업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인수반대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1군 건설사에 대한 자부심이 커 그동안 규모가 작은 건설사에서 영입된 임원들조차 대우건설 기업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중흥건설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건설 임직원의 고용 안정과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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