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 든 청부업자 따라붙기도" 3년만에 문닫는 '배드파더스'

중앙일보

입력 2021.07.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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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 [사진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 [사진 양육비해결총연합회]

2000여명, 890건.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가 개설된 이후 사진과 함께 신상이 공개된 사례와 실제 양육비 지급으로 이어진 건수다.

2018년 7월 처음 등장해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세상으로 끌어낸 배드파더스는 지난 5일 SNS를 통해 "여성가족부의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공개 시행일(일정상 11월초)에 맞춰 사이트를 10월 20일까지만 운영하고, 10월 21일에 폐쇄한다"고 밝혔다. 앞서 구본창(58) 대표는 지난해 12월 양육비 이행법이 통과된 이후 “양육비 지급이 잘 이뤄지면 사이트를 폐쇄할 것이다. 10월까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했다.

구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이트 폐쇄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저희는 힘이 없다. 여가부가 명단을 공개하기로 한 이상, 명분도 없다. 신상공개라는 방식의 위력으로 지금까지 운영을 이어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배드파더스의 활동이 양육비 지급으로 이어진 890여건 중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사전 통보해 해결된 게 690건, 사진이 사이트에 올라간 이후 양육비를 지급한 경우가 200건 정도라고 한다. 신상 정보가 게시된 사람 중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기간은 길게는 2년, 짧게는 1주일이었다.

조폭 협박, 청부살인업자까지

구 대표는 배드파더스 대표로 살아온 지난 3년 동안 보람보단 어려움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으로 구성된 운영진을 대신해 ‘자원봉사자’로 대표를 맡아왔지만 “수 없는 괴롭힘에 늘 괴로웠다”고 했다.

협박은 일상이고 살인 예고도 날아들었다. 그에 따르면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조폭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동생이 칼을 잘 쓴다. O일까지 내 사진을 안 내리면 동생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협박했다. 필리핀에서 활동하던 시기에는 한 코피노 아빠의 사주로 도끼를 든 청부살인업자 2명이 따라붙는 일도 있었다.

양육비 미지급자를 제보하는 양육자들의 무리한 요구에도 시달렸다. 제보를 받아도 사진을 게시할 수 없는 경우엔 제보자들의 원성을 들었다. 배드파더스는 법원의 판결문이나 양육비 부담 조서를 통해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데, ‘구두 약속’ 등으로 법적 서류가 없는 경우 신상을 공개할 수 없었다.

구 대표는 “양육비를 못 받은 건 확실하지만, 법적 서류가 없으면 신상을 공개할 수 없다”며 “법적인 서류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임의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양육자로부터 “신상이 공개된 사실을 모르는 것 같으니 추가로 통보해달라”는 부탁은 물론이고, 자신과 양육비 미지급자 사이를 중재해달라는 요청도 잦았다.

“재판에 대한 스트레스 극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지금까지 23차례 경찰 조사를 받고, 현재도 소송 중인 구 대표는 “재판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해 결과에 대해서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해 다음 달 13일 2심을 앞둔 상태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드 패어런츠’는 지난달 21일 2심 재판부가 1심 결정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해 이번 판결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한편 이달부터 시행되는 여가부의 명단 공개는 사진을 제외한 이름, 주소, 나이, 직장 등으로 정보가 제한된다. 여가부 측은 “국가가 명단을 공개하는 사안을 살펴보면 아동범죄를 일으킨 사람만 사진을 공개하게 돼 있다. 양육비 미지급자를 그와 동일 선상에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 대표는 이에 대해 “사진이 공개되지 않으면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양육비 문제는 여가부처럼 2~3년 장기간 계획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매일 크고, 매월 돈이 필요하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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