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조국 센놈만 팬다···프로고발러 법세련·사세행 대표 썰전[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7.07 05:00

업데이트 2021.07.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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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세행이 윤석열을 26번이나 고발했는데 누구 사주를 받은 겁니까.”

“법세련이 조국 같은 진보 인사를 하도 고발해 ‘고발 공화국’ 된 겁니다.” 

여권과 야권을 대표하는 ‘프로고발러’들이 처음으로 만나 맞장 토론을 벌였다. 지난 1일 중앙일보 상암동 본사에서다. 야권의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이종배(43) 대표와 여권의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 김한메(50) 대표 이야기다. 그간 서로 상대 진영에 대한 고발 소나기를 퍼붓다가 잠시 휴전을 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 것이다. 두 사람의 ‘달콤살벌한 대결’은 처음 대면하자마자 서로에 대한 탐색전도 없이 불꽃을 튀겼다.

김한메 “진보 진영서 이종배 처단해달라고 난리”

김한메 사세행 대표(이하 김): 진짜 만나고 싶었다.

이종배 법세련 대표(이하 이): 나를 너무 싫어하는 것 같다.

: 우리 민주 진보 진영에 억하심정이 있어서 고발을 그리 많이 하나. 지지자들은 “이종배 처단해달라”고 난리다.

: 우리 둘 다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대표이기 때문에 서로 존중해주자.

: 그쪽에서도 사세행 김한메를 고발하라는 등의 요구가 많나.

: 김 대표 말은 안 나왔지만. 다른 친여 단체(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해자에 대해 살인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한 적 있다. 그때 우리 지지자들이 “고발하려는 단체를 응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나는 고발하지 않았다. 시민단체끼리 그럴 필욘 없고 각자 제 역할을 열심히 하면 되는 거 같다.

김한메(오른쪽) 사세행 대표와 이종배 법세련 대표가 1일 오후 중앙일보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처음 만나 대담을 나눴다. 장진영 기자

김한메(오른쪽) 사세행 대표와 이종배 법세련 대표가 1일 오후 중앙일보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처음 만나 대담을 나눴다. 장진영 기자

법세련 여권 줄고발하자…야권 고발단체 사세행 탄생

두 시민운동가는 문재인 정부 들어 프로고발러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종배 법세련 대표가 시작은 먼저다. 2019년 ‘조국 사태’ 때 고발장을 내면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부채질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 국면에서 추 장관을 고발한 것도 이 대표였다. 최근엔 ‘윤석열 X파일’ 제작·유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고발하기도 했다. X파일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이 대표가 고발한 타깃 대부분이 여권 유력 인사였다.

이 대표의 고발이 잇따르자 여권에선 위기감이 퍼졌다. 여권을 대표해 야권 인사들을 공격할 행동대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법세련의 ‘미러링’ 단체인 사세행이 탄생한 배경이다. 미러링이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복수를 뜻하는 신조어다. 사세행 김 대표는 미러링 단체라는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단체 이름도 비슷하게 지었다. 법세련에 포함되는 ‘바로 세우기’가 사세행에도 들어간다. 김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집중적으로 고발하며 존재감을 빠르게 키웠다. 이날까지 쓴 총 45개의 고발장 중 윤 전 총장 고발(가족은 별도)만 26개로 과반수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오른쪽)와 서초동에서 개최된 조국 수호 집회. 중앙포토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오른쪽)와 서초동에서 개최된 조국 수호 집회. 중앙포토

이종배 “권력 고발했을 뿐…정권 교체돼도 계속 고발”

: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우리 활동은 진보·보수,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진보 여권 인사라고 고발하는 게 아니라 힘센 권력층이 비리를 저질러서 고발하는 거다.

: 그럼 국민의힘이 정권을 가져가고 비리를 저질러도 국민의힘 쪽을 고발한 건가.

: 윤석열 전 총장이 집권하고 비리를 저질러도 그럴 건가.

: 당연하다. 번개같이 고발할 거다.

: 진짜 그렇게 하면 법세련에 대한 진보 진영의 부정적인 시각(여권을 공격하기 위해 고발)이 나부터 바뀔 거 같다.

: 오히려 내가 문재인 정권을 위하는 사람이다. 고발해서 정권이 더 정신 차리게 되니까. 반대로 권력의 잘못에 눈감거나 호위무사처럼 옹호해주고 하는 세력이 정권을 망치는 거다.

: 법세련의 조국 일가 고발 건을 보자. 이종배 대표가 고발을 많이 한 뒤 윤석열 검찰이 70곳을 압수수색 하는 등 공권력을 총동원해 수사했다. 그러나 어제(6월 30일) 대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조국 사모펀드 사건에서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공모 혐의가 무죄 선고를 받았다. 허무하게 결론 났다. 이 부분에 대해 이 대표가 책임은 지지 않더라도 고발을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 펀드 관련 혐의는 저희가 고발한 게 아니긴 하다. 이 문제를 차치해도 정경심 교수 공모 혐의가 무죄가 났다고 해서 “지금까지 수사는 다 잘못됐다” “조국 일가는 무죄다”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건 성급하다. 가장 중요한 입시 비리 의혹 등 많은 재판이 남아 있다. 좀 더 지켜보고 이야기하자.

이종배 법세련 대표. 장진영 기자

이종배 법세련 대표. 장진영 기자

김한메 “왜 윤석열 26번 고발? 검찰이 수사의지 없어서”

: 사세행에 대한 우려도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을 26번이나 고발하는 건 지나치지 않나. 우린 그런 식으로는 안 했다. 객관적인 사람이 보면 누군가가 뒤에서 사주해서 고발하는 거로 보일 우려가 있다.

: 윤 전 총장 고발이 많았던 이유는 검찰에 있다. 26번 중 14번을 검찰에 했는데 단 한 번도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않은 거다. 그나마 올해 1월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의지를 조금 보여줘서 다행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4일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옵티머스 사태와 한명숙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무마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종배 “조국 압수수색 70번, 그만큼 혐의 있으니까”

: 윤석열 전 총장 이야기를 더 해 보자. 그는 검찰개혁을 주도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해선 멸문지화식으로 초토화하는 수사를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과 장모, 처에 대한 수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나 윤대진 검사장의 형에 대해선 비호했다는 의혹도 있다.

: 그건 김한메 대표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다. 조국 일가에 대해선 그 정도 혐의가 있으니까 세게 한 거고. 현재 윤 전 총장 일가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 더욱이 윤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났기 때문에 이젠 “조국 일가 수사는 세게 하고 자기들에 대한 수사는 약하게 한다”는 식의 논리가 성립되기 어렵다.

: 그리고 자꾸 여야, 진보 보수의 문제로 보는 거 같은데. 다시 말하지만 우린 여권 인사만 고발한 게 아니다. 지난 4월 9일 당직자 폭행 혐의를 받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을 경찰에 고발한 적 있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고발하려고 했는데 다른 친여 성향 단체가 번개같이 고발해서 못한 경우가 많다. 우린 여야를 떠나 권력층의 비리를 고발한다는 활동 철학이 있다.

: 우리도 지난 5월 3일 비리 유치원을 비호한 혐의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우리 사세행은 진보 성향 단체이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만 우리 쪽에도 분명한 잘못이 있다면 고발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김한메 사세행 대표. 장진영 기자

김한메 사세행 대표. 장진영 기자

“고발 부추기거나 금전지원 배후세력 없다” 한목소리

두 명은 2시간 가까운 대담 내내 날카로운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마무리는 훈훈했다. 서로 방향은 달라도 공공 이익을 위한다는 공통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을 하느라 경제 사정이 빠듯하다는 동병상련 분위기도 형성됐다. 사세행 김 대표는 “아내와 자녀 3명이 딸린 가장이지만 프로그래머인 아내의 수입에 의존해 생계를 해결하고 있어 늘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유튜버(사법정의TV) 활동을 시작한 덕분에 부담을 조금 덜게 됐다는 설명이다.

미혼인 법세련 이 대표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며 “다행히 지난달엔 300만원 정도나 벌어 실탄을 많이 확보해놨기 때문에 당분간은 고발 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을 모아 “일각에서 의심하는 것처럼 고발을 부추기거나 금전 등을 지원하는 배후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으로 고발할 때 좀 더 신중을 기해 꼭 필요한 고발장만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고발장이 미칠 영향력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법세련 이 대표와 사세행 김 대표가 프로고발러로 나선 배경에는 두 사람 법률 지식도 한몫했다. 이 대표는 5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한 경력이 있다. 김 대표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사시준비생·로스쿨 졸업생이란 이력은 서로 비슷한 점인 셈이다.

두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복합적이다. 우선 권력층의 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 의혹 제기에 그치지 않고 수사와 재판,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한다는 긍정적 시선이 존재한다. 반면 모든 사회 문제를 사법의 영역으로 끌고 와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부정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 충분한 근거 없이 ‘묻지마 고발’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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