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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대통령 사위가 전무되자 실적없는데 돌연 인건비 늘어"…‘비자금 창구’ 논란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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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상직 연관설 끊이지않는 ‘타이이스타젯’ 의혹 

지난 4월 27일 전주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이상직 의원. 그는 회사돈 500억여원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7일 전주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이상직 의원. 그는 회사돈 500억여원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회삿돈 500억여원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4월 28일 구속된 이상직(무소속·전북 전주을) 의원이 창업주인 이스타항공과 관련설이 끊이지 않는 태국의 저비용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이 회사에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모(41)씨가 고위 임원으로 재직했으며, 이 기간에 임금 지출이 2.5배 늘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통령 사위, 전무로 넉달 근무” #항공업 경력 없어 ‘특혜 채용’ 의혹 #곽상도 “서씨 재직 중 인건비 급증” #이상직 변호인 잇단 사임도 논란

수입 변변치 않은데 임대비·교육비는 급등

국민의힘 곽상도(재선·대구 중구 남구) 의원실 관계자는 6일 기자에게 “태국 당국이 2017년~2020년 1월 실시한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17년 타이이스타젯이 지출한 임금 총액이 1억2900여만원이었는데 1년 뒤인 2018년에는 임금 지출이 3억2500만원으로 2.5배 늘었다”며 “서씨가 근무한 2018년분 인건비가 급증한 것으로, 서씨의 임금으로 지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서씨는 2018년 7월 타이이스타젯에 입사해 최소한 4개월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곽 의원실에 따르면, 같은 기간 타이이스타젯의 임대비도 1053만여원(2017년)에서 5936만여원으로 5.6배 급증했다. 또 교육 및 세미나비 명목의 지출은 2018년 21만원에서 2019년 9000여만원으로 420배 넘게 급증했다.

불가사의한 것은 이 기간에 타이이스타젯의 총수입은 미미한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2018년 660만여원, 2019년 8019만여원, 2020년 1570만여원에 불과했다. 저가 항공사로 등록은 했지만 실제 항공 운항을 한 기록은 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임금 지출은 계속 늘어나 2019년에는 13억원에 달했다고 곽 의원실은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서씨는 타이이스타젯에서 2018년 8월부터 근무하면서 ‘Executive Director(전무이사)’라는 직함을 사용했다. 2018년 8월 9일 출국한 서씨는 태국 정부로부터 기한 1년짜리의 일반 노동 비자(Non B)를 발급받았다. 그해 12월에는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에서 일하는 임직원에 주어지는 2년짜리 비즈니스 비자를 발급받았다.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란 직함이 주어졌기에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그동안 정치권과 재계에선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주가 이상직 의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돼왔으나 이 의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스타항공도 타이이스타젯과의 관계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태국의 자사 티켓 총판사 이스타젯에게서 받아야 할 외상대금 71억여원을 타이이스타젯 설립에 쓴 정황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 자산 중 51억여원이 2019~2020년 사라졌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이스타항공, 타이이스타젯에 지급보증

이스타항공은 관련성을 부인하면서도 타이이스타젯이 항공기를 리스하는 과정에서 자사가 지급보증을 섰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앞뒤가 안맞는 얘기다. 타이이스타젯은 사실상 이상직 의원이 소유한 회사로, 그의 비자금 창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1년 사이에 1억2000여만원에서 3억2000여만원으로 2.5배 급증한 타이이스타젯 인건비(감사보고서 번역본). [사진 곽상도 의원실]

1년 사이에 1억2000여만원에서 3억2000여만원으로 2.5배 급증한 타이이스타젯 인건비(감사보고서 번역본). [사진 곽상도 의원실]

곽 의원실은 “타이이스타젯은 2017년 2월 자본금 2억 바트(약 71억여원)로 설립된 이래 제대로 영업을 한 적이 없다. 2018년~2019년 리스 항공기를 시험 운행했다는 소문이 있을 뿐 정식 운행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곽 의원은 “타이이스타젯은 2018년도에 항공기 리스 실적이 없어 직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던 상황”이라며 “당시 실질적인 피고용인은 서씨 정도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증권업과 게임사업에 종사했을 뿐 항공업 경력은 전무한 서씨가 항공사 전무이사로 전격 채용됐다면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전무이사쯤 되면 고액의 봉급에다 숙소·자녀 교육비 등이 지급되는 게 일반적이다. “(서씨의 고용으로 인해) 임금 지출과 임대료 및 교육·세미나비가 급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곽 의원측 주장이다.

판사 “내가 피고 방어권 침해했나?”

이상직 의원 변호인단의 잇단 사임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의원은 서울의 대형 로펌 소속의 변호인단을 꾸렸는데 지난 5월 돌연 사임했고, 이어 선임한 전주의 한 법무법인 변호인단도 첫 공판 하루 전날인 지난 1일 갑자기 사임했다.

2일 열린 첫 공판에선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이 의원은 재판이 시작되자 들고 온 종이를 읽으며 “변호인단이 사임했기에 방어권 보장과 변호인 재선임을 위해 3주 정도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전주지법 형사합의 11부 강동원 부장판사는 “정중히 얘기할 테니 잘 들어보라. 내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했나? 그동안 시간을 얼마나 줬나. 그런데도 변호인단을 연거푸 사임시켜놓고 지금 뭐하는 거냐. 이런 재판은 처음이다”고 질책성 발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상직 의원의 조카로 이스타항공 재무 담당을 맡았다가 함께 기소된 이혁희씨가 당초 진술을 뒤집고 장시간 말을 이어가자 강 판사는 “예, 아니요로만 말하라”고 했다. 그래도 이혁희씨가 장시간 진술을 이어가자 강 판사는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말 참 잘하시네요. 변호사 해도 되겠어요”라고 핀잔을 줬다.

재판을 방청한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법정에서 판사가 그렇게 소리치는 건 처음 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법조계에선 “이 의원이 연달아 변호인단을 사임시키며 재판 연기를 시도한 것은 법관 인사가 있는 내년 2월까지 재판을 미뤄 다른 판사가 재판을 맡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말이 나온다. 이 의원은 오는 11월 24일까지 6개월 동안 총 16회 재판이 잡혀 있다. 변호인단 사임을 핑계로 재판을 두 달가량만 늦추면 판사가 바뀔 수 있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재판을 미루면 구속 기간이 만료되면서 옥 밖에 나와 여권에 구명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옥중에서도 석 달 째 세비는 꼬박 챙겨

박이삼 노조위원장은 “강 판사는 이 의원의 이런 꼼수를 간파하고 이 의원이 재판 전날 변호인단을 사임시키자 당일 즉각 국선변호인을 배정, 일정대로 재판을 소화했다”고 했다. “인사이동 전에 1심을 마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방어권’을 핑계로 재판 연기를 요구할 경우 1심이 예정대로 11월 24일에 끝날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이 의원은 구속 수감중인 지난 5~6월 2000여만원에 달하는 의원 수당(세비)을 받아 논란이 됐다. 국회 관계자는 이달 20일에도 기본수당 750여만원과 입법 활동비 310여만원 등 1000여만원의 세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서씨 존재 자체를 몰랐다”

중앙일보는 대통령 사위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전무 이사 채용 논란과 관련, 이스타항공측에 답변을 요구했으나 “모른다.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청와대는 답변이 없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와 일문일답.

타이이스타젯에 대통령 사위가 전무 이사로 채용된 뒤 인건비와 임대료·교육비가 급증했다.
“타이이스타젯에 대해선 우리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모르는 내용이다.”
대통령 사위가 고위 임원으로 채용됐다는 논란인데 모른다는 말인가.
“모른다. (서씨의)존재 자체를 몰랐다.”

이에 대해 곽상도 의원은 “2019년 서 씨의 타이이스타젯 근무 사실을 파악하고 당시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 공단 이사장이 대통령 딸 일가의 태국 이주를 도운 대가로 요직에 등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청와대는 ‘특혜나 불법은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제 서씨가 전무이사로 채용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청와대는 특혜가 없었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