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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 안 파내고 보 철거…대전, 올해 물난리 되풀이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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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지난해 7월 30일 대전시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구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30일 대전시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구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전국적으로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가운데 대전시가 수해 대책으로 준설 대신 일부 하천은 보(洑) 등 시설물을 철거하기로 했다. 환경부가 추진하는 하천 시설물 철거 사업 등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강바닥이 높아진 하천을 그냥 두고 시설물만 철거하는 것은 홍수대책으로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갑천 등 준설 대신 보 철거하기로 #환경부 하천 시설물 철거사업 영향 #환경단체 “준설로 홍수예방 안돼” #전문가 “퇴적물 쌓이면 결국 홍수”

6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20억원을 편성해 유등천·대전천·갑천 등 3대 하천 준설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7월 대전은 집중 호우로 아파트 단지 등이 물에 잠기고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전시 한 관계자는 “일부 구간은 수십 년 동안 준설을 포함한 하천 정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며 “이 바람에 강바닥에 퇴적물이 쌓였다”고 했다. 강바닥이 높아지면서 통수 단면(물그릇)이 작아지자 호우가 내리면 하천이 금세 넘칠 기세다. 지난해에도 유등천 안영교와 갑천 만년교 등에서 홍수주의보·경보 사이렌이 잇달아 울렸다.

그런데 대전시는 지금까지 유등천 2곳과 대전천 1곳 등 3곳에서만 일부 준설을 했다. 사업비는 20억 가운데 12억원만 썼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들 하천에서 1곳당 1만9000㎥의 퇴적물을 제거하는 등 하상을 정비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전시는 갑천에서는 퇴적물 제거 작업을 하지 않았다. 대전시는 “갑천은 환경부가 추진하는 보 등 하천 시설물 철거로 대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환경단체의 반발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환경단체는 “하천물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구조물”이라며 “준설은 홍수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4대강을 제외한 전국 도심 하천 등을 대상으로 시설물 철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 농업용수 확보 등을 위해 설치했던 소규모 콘크리트 보 가운데 상당수가 기능이 없어졌다”라며 “올해 하반기까지 철거 대상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년간 철거 대상은 약 8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전시는 갑천에 있는 7개 시설물 철거를 요청했다. 이 시설물은 가수원교 하류에 있는 태봉보(콘크리트보)와 정림보(징검다리)를 포함해 갈마2보(징검다리 여울), 대덕대교 하류 대덕보(콘크리트보), 갑천·유등천 합류지점 대화돌보(징검다리) 등이다.

준설이 제대로 안 된 하천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유등천·갑천 상류 지점은 잡초와 나무로 뒤덮여 하천인지 들판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중구 안영교 부근은 나무가 하천 중심부에도 자라고 있어 물길이 크게 좁아진 상태다. 유성구 만년교 근처도 마찬가지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퇴적물이 쌓여 통수 단면이 작아진 하천이 전국에 많다”며 “게다가 나무와 잡초 등은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결국 이런 현상이 집중호우시 홍수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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