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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前여친 탓 묻지마 폭행? 폭행 직후 새 여친과 놀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모든 게 저 때문인 줄 알고 두렵고 죄책감에 시달려 매일 유치장 면회도 갔는데, 알고 보니 폭행 후에 새 여자친구랑 곱창도 먹고 놀러 갔더라고요. 전 여자친구 때문에 화가 나서, 여자가 싫어져서 폭행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사건추적]

지난달 13일 오전 0시 20분쯤 서울 강북구 미아동 길거리에서 처음 본 여성을 지하 주차장으로 끌고 가 무차별 폭행한 A씨(28)의 전 여자친구 B씨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힌 내용이다. B씨는 A씨와 9개월간 교제했으며 지난달 초에 헤어졌다고 한다.

전 남친의 폭행 사건에 B씨가 입을 연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존재가 사건에 느닷없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폭행 다음 날 체포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화가 난 상태였다”며 “화풀이할 대상을 찾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전 여친 “휴대폰 보고 모든 정황 알았다”

B씨가 전 남자 친구인 폭행범 A씨의 휴대폰을 촬영한 사진. 폭행 당일 오후 8시쯤 현 여자친구와 곱창을 먹은 뒤 경찰서 출석 전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B씨 제공

B씨가 전 남자 친구인 폭행범 A씨의 휴대폰을 촬영한 사진. 폭행 당일 오후 8시쯤 현 여자친구와 곱창을 먹은 뒤 경찰서 출석 전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B씨 제공

그러나, 전 여친 B씨는 A씨의 거짓을 폭로하고 싶다고 했다. B씨는 “A는 폭행 당일 저녁 8시쯤 여자친구와 곱창을 먹으러 갔고 그다음 날 경찰서 출석 전까지 여자친구와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 때문에 여자가 싫어졌다면서 여자친구를 새로 사귀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A씨의 범행 동기에 대한 진술이 거짓이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B씨는 당초 A씨가 자신과 헤어진 것을 괴로워하는 것으로 알고 두려움과 미안함을 느껴 유치장에 매일 방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유치장 면회 때 A씨의 휴대폰을 가족에게 전해주는 과정에서 A씨의 누나가 SNS 프로필 사진 등을 다 내려달라고 부탁했고 이때 문자, 카카오톡, 사진첩 등을 보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2일 저녁 수유에 있는 한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신 뒤 귀가하던 중 폭행을 저질렀다. 폭행 이후 13일 새벽 A씨는 택시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B씨는 “교제 당시 A가 내 카드를 갖고 있었고, 헤어지자마자 카드 분실신고를 했다”며 “그런데 폭행 직후인 13일 새벽 1시 19분에 제게 티머니 법인택시 1만 8200원이 승인 거절된 문자가 왔다. 거리상 강남 쪽으로 이동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B씨는 “A는 진짜로 취하면 그냥 잔다. 폐쇄회로(CC)TV를 봤는데 절대 취하지 않았다”며 “제가 그런 걸 제일 잘 알지 않겠냐”고 했다.

폭행 뒤 전 여친 집에서 옷 찾아가

지난 13일 강북구 미아동에서 새벽 0시 20분쯤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가해자 A씨는 사건 발생 당일 오후 7시 11분쯤 전 여자친구 B씨네 집을 찾아갔다. 유튜브 '중앙일보'·B씨 제공

지난 13일 강북구 미아동에서 새벽 0시 20분쯤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가해자 A씨는 사건 발생 당일 오후 7시 11분쯤 전 여자친구 B씨네 집을 찾아갔다. 유튜브 '중앙일보'·B씨 제공

두 시간 뒤인 새벽 3시 10분쯤 A씨로부터 갑작스러운 문자를 받기도 했다. B씨가 공개한 문자에는 “너 때문에 진짜 정신병자 될 것 같다. 너무 억울하다”며 “그냥 여자만 보면 다 XX 년들로 보이고 다 죽여버리고 싶다. 너 보면 진짜 어떻게 될 것 같다”는 내용이 있었다.

A씨는 폭행 당일 오후 5시 10분에 강남구 논현동에서 차량 공유 앱(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차량을 대여했다. B씨가 제공한 CCTV에 따르면 오후 7시 10분쯤에는 B씨의 집에 찾아와 아직 찾아가지 않은 옷가지를 챙겨 갔다고 한다. B씨는 “문자대로 진짜 제가 미웠으면 그 자리에서 저를 어떻게 하지 않았겠냐. 증거를 만들기 위한 문자 같았다”며 “별말 없이 그냥 자신의 옷만 찾아서 현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미흡 지적도

B씨는 “경찰 조사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A가 저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고 제 번호도 경찰에 넘겼다고 했는데 단 한 번도 저를 참고인으로 부르지 않았다. 저 때문에 저지른 범행이 아닌 걸 안 이상 조사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면서다.

이어 “A는 20대 중반에 전과가 있고 불법 성인물 사이트 운영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누범 기간에 또 범죄 행위를 하고도 감형받기 위해 제 핑계를 대며 거짓말을 한 것 같다”면서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묻지마 폭행 사건의 경위가 정확히 조사돼 A씨의 위험성이 제대로 조사되고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A씨의 전과에 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참고인 조사의 경우 전 여자친구를 굳이 불러 조사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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